아빠는 화냈다 "지 에미를 닮아서"

#76. 출간 계획을 말했을 때 아빠의 반응

by 풍선꽃언니

나와 남동생이 결혼한 직후 엄마의 새로운 취미는 글쓰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 짓기>


엄마는 어려서부터 내가 글짓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뻐했다. 방학 때 한부씩 발간되는 학교신문에 내 시가 실릴 때나 문인협회 등에서 받아오는 상장을 기뻐하며 스크랩을 하기도 했다. 나는 살면서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도 <일기장>처럼 글을 썼고 페이스북 시대엔 <에세이>를 썼다.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것처럼 인스타그램 시대가 도래했을 때도 사진 한 장 올리고 글이 한 페이지였으니 나의 글짓기 사랑도 꽤 오래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엄마는 시 짓기에 새로운 취미를 갖고부터는 한동안 거기에 미쳐있었다. 결국 시 짓기를 하다가 죽었다. 엄마는 갑자기 사단법인 문예단체에 가입을 했다. 못 미더워하는 가족들을 설득해가며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집에서 추리하게 운동복 비슷한 것을 입고 지내던 엄마는 다시 세련되었고 시낭송 대회에서 상을 받던 날은 새벽 두 시까지 그들과 어울려 수상을 자축했다.


아줌마들 사이에서는 <카카오 스토리>가 유행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카카오 스토리에서 좋아요를 천 개씩 받을 만큼 유명한(?) 취미 시인이 되었고 <자신의 이름을 찾았다>며 기뻐했다. 엄마가 인기 카카오 시인이 될수록 가족들은 엄마에 대한 걱정이 일기 시작했다. 엄마는 밥도 먹지 않고, 혹은 밥 먹을 시간까지 쪼개 시를 썼다. 그러던 엄마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시를 누군가 베껴간다며 스트레스받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퍼가기 기능>을 발단으로 피해망상에 걸려버렸으니 문제는 문제였던 게 맞는 것 같다.


엄마가 시를 쓰다 죽은 마당에, 딸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며 엄마를 추모하는 마음에서 출간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커밍 아웃을 했다. 아빠는 처음엔 별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의 일로 충격을 받아 반대할 줄 알았는데 흔쾌히 명의를 빌려주겠다고도 했다. 나는 아빠가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아니었다. 며칠 전 출간 계약서를 쓰고 오던 날 못마땅한 표정의 아빠는 내게 "지 에미를 닮아서" 하고 말하며 짜증을 냈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신경안정제를 먹어가며 충격을 다스리고 밤이 되면 수면제에 의존하면서도 글은 쓰겠다니 이놈의 집구석은 다 글 쓰다 죽을 판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엄마와 다르다. 퍼가기 해도 괜찮은 글들을 쓰고 있고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최신 유행하는 SNS의 툴들을 이해하고 있고 그에 적절한 사진과 글을 게시하고 있다. 내가 약을 복용하는 목적은 엄마의 <추락사>에 의한 충격의 보조치료의 목적이지 <조현병>이라든지 <우울증> 진단에 따른 중대한 병적 치료가 아니다. 또, 엄마와 달리 나의 일시적인 충격해소는 병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글쓰기 행위 역시 <무료함과 심심함>을 다스리기 위한 병적 취미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추모하기 위함>에 있다. 아빠 입장에서 엄마나 내가 같은 피가 흘러 정신과 약 먹고 죽으려고 글쓰기 하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엄마와 내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설득해야만 한다.


외려 글짓기는 내게 치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닌 세상에서 타인과 어떤 식으로든 엮이게 되어있고 아픔도 공유하며 산다. 나는 집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안마의자에 앉아 까르를 쓰다듬으며 일상을 정리하는 나의 글쓰기를 사랑한다.


나는 회복 중이다. 엄마와 달리 글짓기에 환장하고 있지 않다. 예술적 글쓰기 재능이 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지 않다. 브런치에서 흔히들 서로를 지칭하는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집착하고 있지도 않다. 아빠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이런 설명들을 덧붙여 기회 될 때마다 설득하는 중이다.


데칼코마니. 그림의 기법 중 하나이다. 나는 엄마와 외형이 반쪽처럼 닮았다. 그러나 내 영혼은 엄마와 다르다. 엄마의 환경(가정배경 등)은 엉망이었기에 엄마의 내면은 병이 들어있었다 해도 나는 훌륭한 양육조건 속에서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랐다.


아빠가 나를 좀 믿어주면 좋겠다. 아빠 딸은 아빠와 엄마 인생에 훌륭한 작품임을 내가 보여줄 테니.


아빠, 난 엄마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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