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해요
#81.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의 조언 4
나는 강해지기로 결심했어
내 인생의 선택은 내가 할게
대신 내가 약속할게
난 정말 멋진 사람이 될 거야
평소보다 일찍 출발했다. 차에서 한 십분 정도 대기하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상담센터에 문을 열었다. 낯익은 양탄자 카펫 앞에서 실내화를 갈아신었다. 선생님은 상담 실안에서 차트 비슷한 것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평소처럼 냉수를 한잔 정수기에서 내렸다. 유리막을 사이에 두고 착석.
이번 한주는 어땠어요?
Y(나)의 고민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아빠가 가끔 저한테
<너랑 같이 못살겠다>면서 쫒았다니며 잔소리해요.
청소해라. 반찬이 신선하지가 않다. 넌 게으르다.
젊은 애가 먹고 자고 우울해하고 있으니 되겠냐.
저는 매일 잘 살려고 사투를 벌이는데
아빠 눈엔 제가 한심한가 봐요.
아니 애당초 전 아빠가 잔소리가 심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 정말 돌겠어요. 아빠는 제가 싫은가 봐요.
상담 선생님은 늘 그렇듯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 아빠가 같이 살기 싫을 수도 있는 건데, 그걸 나를 싫어한다고 과잉 해석하는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Y 씨(나)는 가볍게 지나쳐야 할 것을 너무 지나치게 의미 부여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살면서 무언가 할 때, 나는 친구가 답장 한번 안 한 것을 가지고 나한테 화난 게 있나, 직장에서도 아침부터 기분 안 좋은 계장님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에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잦았다. 선생님은 말의 행간에서 그 점을 짚으셨다.
상담센터 선생님의 솔루션(Solution)
아빠가 나랑 살기 싫다는 것은 <게으르다>는 프레 임안에서 내가 답답해 싫다는 푸념이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Y(나)의 고민
사실 저는 고민이 있어요. 직장 문제인데 국가직으로 근무하다 보니 지방근무가 많고 더군다나 업무 특성상 배도 타고 좀 집 떠나서 지내는 일이고 비상근무도 많거든요. 아빠랑 남편은 내륙지방에서 지금처럼 일산에서 다닐 수 있는 근무지의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생활할 수 있는 ○○시 지방직을 원해요. 그런데 정작 저는 지금 경찰공무원인 저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어요.
"그건 왜요? 아빠, 남편 다 빼고 Y 씨가 경찰관을 희망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그건 왜인가요?"
제가 겪어보니 제복 공무원은 법 집행기관이라는 권한이 있어요. 다시 말해 남성 우월 주위의 세계에서 제가 잘만하면 공권력의 테두리 안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도 해요. 저는 그 점이 제복 공무원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센터 선생님의 솔루션(Solution)
Y 씨는 결단력 있고 추진력도 있어요. 깡다구도 있고요. 경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말하는 어조를 들어보니 확신이 있네요 그런데 진로에 대해서 아빠나 남편을 생각하면 ○○시 지방직 공무원을 선택해야 한다고요? Y 씨는 자신 뜻대로 잘 헤쳐나가며 사는 사람이에요.
진로에 관해서만 의존적인 모습인 것은 모순이죠.
Y 씨 인생은 Y 씨가 살아가는 거예요.
다만, 한 가지 Y 씨는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좀 성급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년까지 시간이 있으니 신중히 생각하고
직감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도록 하세요
남한테 폐만 안 끼치면 되는 거지. 누가뭐라겠어요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상담을 하는 내내 선생님의 질문의 요지를 잘 모르겠어서 답답했다. 스무고개 하듯 질문을 당하는 게 무척 괴로웠는데 그 안에서 선생님은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정리된 문장을 한 마디로 발화하여 내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었다. 그 덕에 속 시원한 상담을 마치고 나와 오래간만에 머릿속이 맑은 채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정말 멋진 사람이 될 거야, 남편은 나를 지지해줘, 대신 약속할게. 널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남편은 오랜만에 의욕에 찬 내 목소리에 신이 나서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이제 내 와이프 같네, 를 외쳤다. 그래 넌 니 자리에서 성공해라. 나는 내 자리에서 한가닥 할 테니까. 우리 잘해보자, 라며 힘 있는 어조로 나를 독려했다.
상담을 마치고부터 계속 심금을 울리는 한마디가 있다. <내가 선택한 후에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고, 내 선택이 남한테 민폐 끼치는 게 아닌 이상 잘못된 선택은 없다는 것>
날 위해 내 고민을 대신 떠안고 결정 내려줄 엄마는 이제 없다. 나는 내 발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야 한다. 좌절하는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그때 오늘 내 안에서 샘솟던 강인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
오늘의 아카이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