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지간에도 말조심, 또 조심

#100. 아빠가 고모의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

by 풍선꽃언니

카카오톡 보이스 톡 전화가 울린다. 아빠는 거실 한 편의 안마의자에 앉아 배 위에서 울려대는 전화가 끊기기를 기다린다.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 고모의 전화.


시간을 거슬러 삼 개월 반 즈음 전 엄마가 죽은 직후, 아침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말없이 꾸역꾸역 아침밥을 먹던 아빠는 심기가 상당히 불편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슬픔은 누구한테 의지한다고 이겨내 지는 게 아니야. 오로지 자기가 감내하고 이겨내야 하는 거야"


나는 갑자기 하는 소리에 영문도 모르고 응, 하고 대답했다.


아빠의 고모에 대한 분노는 고모의 언행에 있었다. 아빠와 고모가 통화할 때 옆에 있었던 지라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오빠. Y(나) 엄마가 원래 좀 그런 기질이 있었잖아. 오빠는 기분이 좀 괜찮아? 그래, 이사한다고. 맞아. 이사해야지. 환경을 좀 바꿀 필요가 있어. Y랑 같이 지낸다고? 다행이네, 걔 멘털 약해서 걱정인데.

아빠는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다른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던 듯싶다. 슬퍼하기는커녕 '원래 그런 기질이 있어서 죽은 게 놀랍지도 않다'는 식의 고모의 어조가 그저 거슬렸던 것이다. 소중한 엄마를 함부로 말하는 그 어투가 기분이 나빴던 아빠는 이후부터 고모의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나는 이 대화가 아빠를 얼마나 분노케 했는지 상담센터 선생님을 통해서 알았다. 상담센터 선생님은 아빠와의 상담 내용을 내게 거의 해주지 않는다. 에둘러 말씀하시는 뉘앙스 속에서 아빠가 고모에게 무척 화가 났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빠는 그 후로부터 고모와 형식적이고 사무적인 대화만을 한다. 안부인사 같은 것은 생략하고 고령의 할머니가 코로나 백신을 맞는 것이 좋을지 같은 것을 상의할 때만.


전화기에다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기분이 안 좋으니까, 웬만하면 전화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몇 달 전이었는데 오늘은 전화가 끊길 때까지 아예 받지도 않았다. 옆에서 내가 고모 전화인데 안 받냐며 아는 체를 했더니 안 받아, 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곤 안마의자에 푹 안겨 전화가 끊길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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