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관에 가면 항상 꽃을 꽃아 두는데 이번엔 준비해 간 꽃을 끼울 필요가 없었다. 정책이 바뀌었는지 한 달 전에 꽂아놓은 꽃이 아직 제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엄마의 환한 웃음이 담긴 사진도 그대로.
우린 늘 그래 왔듯 어머님을 뵈러 온 거야. 그러니까 슬픈 얘기는 하지 않을래.
남편은 엄마가 죽기 전이나 후나 우린 한결같이 엄마를 찾아왔을 뿐이라며 더 이상 슬픈 말들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신 일상적인 얘기들을 시작했다.
어머님. 아버님이 Y(나) 살쪘다고 집에서 쫓아낸대요. 그리고 Y 경찰 계속한대요.
근데 공부를 안 해요. 공부 좀 하라고 해주세요.
남편이 엄마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나는 안 울 거라고 해놓고선 펑펑 울어버렸다. 엄마가 밉지 않은데 미워서 한참을 고요한 추모관 바닥에 앉아 엉엉 울었다. 그동안 남편은 한 팔로 내 어깨를 감싸 안고 한 손으로는 엄마를 쓰다듬으며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엄마를 만나고 추모관을 벗어나기도 전에 배가 고팠다. 엄마가 죽어서 슬픈데 배가 고픈 내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웃겼다. 울던 얼굴을 거두고 남편에게 말하기를,
"오늘 저녁 아빠랑 같이 외식할까? 밥하는 사람이 외식하고 싶다는데 아빠도 같이 외식하자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까?"
"하긴. 아버님이 네가 끓인 순두부 없는 순두부찌개 상품성이 전혀 없대. 아까도 찌개 맛없다고 물 말아 드셨어"
어이가 없었다. 엄마 요리 솜씨가 좋았던 건 분명 아빠가 기여한 바가 컷을 거라 생각한다. 한 끼 맛없는 거 해줬다가 그 투정에 볶여 죽고 말지.
엄마가 죽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맛있는 밥을 찾고 좋은 곳을 다니며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일상을 산다. 나는 오늘 오전에도 친구를 만나 호수공원을 한 시간 걸으며 운동을 했다. 남편은 직장동료와 커피를 마시러 다녀왔다. 가족들은 엄마가 있거나 없거나 일상에 흔들림이 없이 살고 있다.
엄마의 죽음은 큰일이다. 나는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워야 할 것 같을 때 가족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엄마가 섭섭할까봐 미안하기도 하다.
괜찮은 것 같은 어느 날은 괜찮은 게 이상하고 슬픈 날은 너무 슬퍼서 미치겠다. 그러나 엄마는 우리가 아파하느라 인생을 망쳐버리길 원치는 않을 것 같다. 때문에 나는 오늘 하루도 웃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고 아빠를 모시고 남편과 같이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