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실족사하게 된 것일까요

#111. 엄마의 죽음에 대한 복기

by 풍선꽃언니

티브이에서 영화를 보다 건물에서 추락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직 그런 장면을 보면 많이 힘이 든다. 영화에서는 추락해도 사람이 살지만 현실에서 엄마는 죽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다 점점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두통과 함께 숨이 막혔다. 남편에게 영화를 정지시켜달라고 했다. 남편은 힘들어하는 나를 안아주었다.


남편이 엄마가 죽은 당일 아빠와 함께 엄마가 죽은 우리 집엘 들어갔다 나와서는 내게 제일 먼저 한말은,


"어머님 자살 아니야. 실족사 확실해. 아무리 봐도 그래."


남편이 나를 위로하려는 의도에서였든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말한 것이든 진실은 모른다. 그러나 남편의 실족사라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기에 듣고 있자면 맞아, 엄마는 실족한 게 맞아하고 조금의 위로가 된다.

(사실 실족사든 자살이든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으니 사인에 집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가 그동안 피해망상이라는 정신과적 병변을 겪고 있었기에 자살은 아니었을까 하는 깊은 의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보험사와 경찰에서 사인 판명을 실족사로 내고 그에 맞게 처리가 다 끝난 지금도 가끔 그 의심이 곰솥에 국 끓이듯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오늘도 남편은 영화를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나 추락사를 할 수 있는 단계 단계를 복기하며 나를 안심시켰다. 남편이 하라는 대로 발뒤꿈치를 들고 이불을 털듯 자세를 취하자 멀쩡한 정신의 나도 무게중심이 머리 쪽으로 쏠려 앞으로 쓰러졌다. 엄마가 카레를 만들려고 창문을 몽땅 열고 연약한 몸으로 밖을 내다봤다면 충분히 실족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믿으며 내 안의 의심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한다.)

더군다나 창문에 손을 짚었던 위치가 허리 아래 춤이었고 여러 번 비슷한 곳을 짚어가며 창밖을 내다봤을 정황과 부엌과 거실 창문을 맞통풍 되게 하여 환기를 시키려고 했던 정황을 보았을 때도 엄마는 실족사였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되뇌며 내 안의 의심을 떨치려 애쓴다.)


집에서 어떻게 도대체 실족사를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의문이다. 내가 좀 더 똑똑해서 과학적으로 추락의 메커니즘을 해석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짐작만 할 뿐이다. 추락사라는 게 흔한 일도 아니고 집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남의 엄마가 추락사했대도 의구심이 들 것 같은데 이건 다름 아닌 내 엄마의 죽음의 사인이라니 아직도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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