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번째 한가위

가족, 사랑하는 가족

by 풍선꽃언니

시어머니와 남편의 화해

아침에 일어나 씻고 어머님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 한참 제사 준비하고 계실 텐데. 명절에 못 가서 안부인 사라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고 고마운 마음도 있어서. 무엇보다도 어머님이랑 남편이 화해하도록 해야겠다는 나름의 의무감도 있어서였다. 명절을 기분 좋게 웃으며 보내고 싶었다.


"어머님, 아침에 제사 준비하시죠? 못 가서 안부인사한다고 전화드렸어요."


"아이고 예쁜 며느리, 전화 아침부터 할거 없었는데. 천천히 하지 그랬어. 며느리도 제사 준비하느라 바쁘지? 슬퍼만 할 수는 없으니 며느리가 기운 내야 해. 그래그래."


"어머님, 명절이니까 오빠 전화 바꿔드릴게요."


나는 어머님이 뭐라고 말씀하실 새도 없이 남편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남편이 몇 번이나 전화했어도 받지 않던 어머니는 얼떨결에 남편과 통 하하며 멋쩍은 듯이 말했다.


"목소리 들으니 좋네"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통화를 곁에서 들으며 아침부터 명절이 훈훈했다. 기분이 좋았다.


엄마를 위한 차례상

남편은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집안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님 오시잖아, 정리 정돈을 좀 해야지. 어머님이 잔소리 하셔. 맨날 어머님은 집 더러우면 나한테만 뭐라구 하셨다고. 넌 누워서 '몰라, 엄마가 해주던가' 하고."


엄마 제사 전 남편은 엄마 살아생전 우리가 했던 것과 같이 집안의 물건을 정돈하고 샤워를 하고 양말을 신었다.


제사는 문제없이 잘 지냈다. 음식도 더할나위없이 풍족하게 준비했고 남동생 부부도 함께와서 거들었다. 아무도 우는 사람은 없었지만 웃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엄마만이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제사를 마치고 아빠가 엄마한테 한마디 씩 하자고 했다. 다들 하늘나라에 간 엄마의 명복과 덕담을 말하는데 나는 불쑥 그런말이 튀어나왔다.


"엄마, 다시태어나면 거지같은 집구석에서 태어나지마."


나는 엄마가 다시태어난다면 늘 소녀같던 그 마음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윷놀이

제사상을 정리하고 모두 배가 부른 가운데 아빠의 제안으로 윷놀이를 했다. 한판에 이만원씩 걸고 아빠, 우리부부, 남동생 부부가 각 한팀이 되서 한 열판쯤 한것같다.


엄마 떠난 이후로 아빠가 그렇게 밝게 웃는 것은 처음보는데 그게 기뻤다. 아빠는 항상 화합을 말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 게임을 해서라기보다는 다같이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서 유쾌하게 웃었던 것 같다.


"명절에 이런것도 한번씩 하고해야 먼훗날 추억이되지"


엄마도 같이 했으면 좋았겠지만 엄마가 없어도 건강하게 슬픔을 이겨내고있는 가족들이 내 곁에 있어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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