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는 내 친구
매번 똑같은 저녁식사가 지겨울 때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우리 가족의 외식 지수는 거의 0에 수렴하게 되었다. 그 말인즉슨, 가족들이 식사를 전적으로 내게 의존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집에서 밥 먹는 게 거기서 거기라고는 하지만 아빠는 이틀 된 국은 먹지 않고 남편은 밖에서 내동 이것저것 사 먹다가 집에서 밥 먹으니 한정적인 나의 요리실력에 식사가 물릴 것 같은 상황들이 펼쳐졌다.
엄마가 있을 때는 밑반찬을 자주 바꿔줘서 끼니마다 먹을만했는데 매번 내가 할 수 있는 고등어 김치찜만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된장찌개만 몇 날 며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 우리 가족 저녁식사는 밀키트 음식으로 수렴. 놀랍게도 아무도 불만 없이 맛있게 식사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나의 밀키트 사랑은 계속될 것 같다.
주로 이용하는 밀키트는 지에스 프레쉬의 심플리 쿡이다. 2인분으로 구성되어있지만 실제 양은 2.5인분 정도 나와 세 식구 한 끼 저녁식사로 적당하다. 지금 매대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밀 키트를 먹어봤는데 재료도 신선하고 메뉴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메뉴는 코다리 조림이었다.
다음으로 자주 이용하는 밀키트 업체는 CJ 쿡킷이다. 쿡킷은 대부분의 메뉴가 3인분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실제 양은 4인 가족이 먹을 만큼이라 우리 세 식구 한 끼에 밥 먹기엔 좀 부담이 된다. 재료는 심플리 쿡보다 CJ쿡킷이 더 좋은 것 같은데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매주 일요일이 되면 나는 휴대폰을 들고 장을 본다. 한 주 먹을 밀키트를 주문하면 오만 원 정도 든다. 한 달 동안 그렇게 주문해도 이십만 원이다. 생활비로 밀키트에 너무 많이 쓴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음식 한 가지에 대략 만원 이쪽저쪽 하니까 하루 저녁 한 끼에 인당 사천 원 꼴이다. 재료를 사도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인데 남은 재료는 또 버리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물론 엄마가 있었다면 재료를 다 사다가 더 푸짐하게 잘 만들어줬겠지만 나는 내가 노력해도 뭘 일단 만들어먹어야 할지 식사메뉴에 대한 개념이 잘 없어서 이편이 나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