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일상탈출
엄마 사고 이후 단둘이 떠나는 여행
내일 남편과 여주로 여행을 떠난다. 엄마 사고 이후 첫 여행이다. 우리는 주말마다 여기저기 참 많이도 다녔는데 코로나19 이후로 국내고 국외고 다니기를 멈췄다.
남편은 <집에만 주로 있고 싶어 하게 된> 내가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주말마다 자꾸 어딜 가자고 하는데 난 갈까 하다가도 막상 내키지가 않았다. 집에서 혼자 라면이나 끓여먹을 아빠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아빠의 식사에 대해 굉장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뭐라도 좀 해 먹는 사람이면 이렇지 않을 것 같은데 고작해야 라면이나 끓여먹으면 다행일 사람이 우리 아빠라서 내가 걱정하는 것이다.
오늘도 내일 가는데 당신 밥은 신경 쓰지 말라며 한 끼는 참치랑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우리 집 라면 재고를 확인하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당장 내일 아침에 아빠가 먹을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의 일상탈출. 남편은 오늘을 위해 호캉스가 될 만큼 고급 리조트도 예약해두었고 기분도 좋은 것 같다. 게을러서 우리 둘 다 아직 어딜 갈지 일정을 짜지는 않았다. 나는 내일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천천히 어딜 갈지 웹 서칭 해볼 생각인데 남편은 어쩌려나 모르겠다.
엄마 사고 이후, 행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행복하면 죄짓는 기분이 들어 스스로를 옥죄었다. 그러나 삶은 계속되고 나도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믿고 아빠의 딸이 아닌 남편의 사랑하는 아내로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오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