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빠는 거실에 있는 전축으로 쨍하니 높은 볼륨의 재즈를 틀어놨다. 아빠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어제저녁에는 또 우리 가족에게 짜증을 유발하는 연락이 왔었다.
근무 중인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외숙모한테 전화 좀 달라고 카카오톡 메시지 왔었어."
"그래서 어쨌어?"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고 상종하기도 싫어서 답장 안 하고 차단 박았어."
외숙모가 엄마가 죽은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왜 연락이 왔을까. 더군다나 아빠나 내가 아닌 내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는 게 상당히 의아하게 느껴졌다.
하긴 나에게 연락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그 딸에게 따지고 든 내용 때문이다. 그들 가족의 입에서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며 아빠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둥 하는 말이 나왔다. 나는 그 내용을 마구 따지고 들었고 그들은 속으로 찔리는 게 있을 것이니 나에게 연락하기는 껄끄러웠을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자들과 상종하지 않는다는 게 기본 기조이지만 이런 일은 아빠한테도 꼭 일러줘야 한다는 게 남편 생각이었다.
"네가 결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 어머님은 아버님의 배우자고 그 가족 관계된 건 아버님이 결정하실 거야. 네가 전면에 나설 필요 없어. 넌 아버님의 결정에 따르면 돼."
아빠에게 말했다. 갑자기 그들이 남동생을 통해 연락해 왔노라고. 아빠는 불쾌감을 숨기지 못하고 왜 연락질이냐며 대노했다. 남동생에게도 일절 응대하지 말라고 전하라고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밥 한번 먹자 이런 소리 일 것 같다며 아빠는 "이제 와서 지랄들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들의 연락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분노가 가슴에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와서 남동생 통해 슬그머니 찔러보기를 하는 거겠지.
외숙모라는 여자는 엄마가 죽고 장례식장에서 우리 너무 힘드니 반찬이나 몇 가지 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을 때도 썩소를 날리며 "얘가 어려운 부탁을 하네."라고 했던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