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양이 시간'
주말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늦잠을 자고 열두 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내 옆에 누워있던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아빠는 주말이라도 평소와 다름없이 운동을 다녀와 샤워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공부를 하는 입장이라 일찍 깨든 늦게 깨든 뭘 하든 공부를 하지 않고 있을 때는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공부도 그렇고 살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빨래든 설거지든 안 돼있으면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남편은 반면에 주말이 오면 일단 쉬어야 하고, 그에게 쉼이란 일상을 제처 놓고 유튜브를 보거나 웹서핑을 하는 등 나의 관심과 구속 없는 '고양이 시간'을 말한다.
나는 평소 잔소리가 많은 편은 아니다. 남편이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남편이 뭔가 하고자 하면 태클 걸지 않고 돈을 쓰거나 친구와 골프를 하러 가거나 할 때도 자유롭게 하라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은 종종 '나 없는'시간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자유를 찾는다. 나는 남편의 '고양이 시간 '을 나름 존중하기 때문에 뭐가 되었든 그러라, 고 한다.
남편은 나를 '강아지'라고 부른다. 강아지처럼 끝없이 애정을 갈망하고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특성이 닮았다고 한다. 남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안아달라고 하는 둥 나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나는 남편 곁에서 알짱거리는 데서 자유와 안정을 찾는다. 때문에 남편이 지금 옆에 누워서 <오징어 게임> 관련한 유튜브를 몇 개째 보고 있는 게 살짝 불만스러운 중이다. 오후 네시가 되면 같이 데이트하러 가자고 나를 살살 달래 놓고 초집중해서 유튜브 채널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결국 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남편에게 꽥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언제까지 누워있을 건데!"
남편은 날벼락을 맞은 표정으로 침대 위에 누워 내게 이리오라고 손짓했다. 바보같이 화내다 말고도 남편이 오라고 하면 가는 나는 정말 강아지 같다.
"남편이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왔고, 좀 전까지 너랑 누워서 유튜브도 보구 자유시간을 갖고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데~ 세시반까지만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
애처로운 눈빛을 마구 쏘아대며 남편이 말했다.
하.. 행복하다고 하니 냅다 일어나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긴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대학원 수업도 듣고 했지. 자유시간이 좀 필요하긴 할 거야.
나는 이렇게 남편의 고양이 시간을 삼십 분 더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