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까르 옷 준다고 했던 아줌마 있잖아. 까르 옷 경비실에 맡겨놓는다고 찾아가래. 지금 나가서 만나면 콤부차 한 박스 주게. 고마우니까."
그렇게 나갔던 아빠는 까르의 옷을 한 아름 받아 들고 왔다. 아빠의 산책 동무 '그레이하운드 맘'의 강아지가 좀 어릴 때 입던 옷들. 이탈리아 그레이하운드는 특수견으로 분류되어 옷들이 사람 옷만큼이나 비싸다. 팔다리가 기성복에 안 맞으니 보통 특수제작해서 소량 판매하는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져서 까르 옷을 사주긴 해야겠는데 너무 비싸 엄두를 못 내던 차에 정말 고마웠다.
겨울 외투를 입은 까르. 핑크색이 잘 어울린다.
춘추복, 올인원이 찰떡처럼 잘 맞는다.
여름에 햇볕 가리기 좋은 반팔 옷들
아빠는 집에 오자마자 까르 옷 입혀 보자더니 입은 모습이 예뻤는지 얼굴에 웃음이 만연했다. 옆에서 남편도 내 새끼 예쁘다며 싱글벙글 웃는다.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보면서도 우리 집 두 남자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아빠는 집에 돌아와서 아빠의 친구 '그레이하운드 맘'에게 까르 사진을 전송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까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비상 구급약품이 뭐가 필요한지 같은 것들에 대해 얘기들.
나는 신기하다. 보통 강아지 산책을 나가면 누구와 대화할 일이 없지 않을까. 아빠는 까르 산책을 나갔다가 친구를 사귀고 돌아오는 때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담'이라는 호를 쓰는 아저씨와는 가끔 만나 술 한잔 나눠마시는 친구가 되었고 '딘'이라는 강아지 아저씨랑은 말벗으로지낸다. '그레이 하운드 맘' 은 까르와 같은 이탈리아 그레이하운드를 키운다는 이유로 안면을 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