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동생이 브런치를 시작한다는데
나는 내 정체가 탄로날까 그 걱정부터 하네
"언니 나 브런치 작가 수업 들어보려구요. 같은 오피스텔 내에 심리상담이랑 글쓰기 같이 가르치는 분이 계셔서 다음달부터 수업 들어보기로 했어요."
나는 브런치라는 것을 아예 모르는 양 응수했다.
"글쓰기를 하는데 수업듣기 까지 필요해? 그냥 니가 하고싶은말을 쓰면 되잖아."
"심리상담도 같이 한다고해서요. 우리 친척들이 개판이라 엄마가 마음고생이 심한데 난 완전 엄마 감정 쓰레기통이예요. 이러다가 나까지 우울증 걸릴거같아서 가족들하고 거리두고 내가 힘든 것이 뭔지 상담도 받을겸 글쓰기를 시작해 보려고요."
글쓰기의 동기라는게 많이들 그런 것 같다. 내 얘기들을 어딘가에 토로하고 싶을 때 타인에게 털어놓자니 치부가 드러날 것 같다는 걱정 반에 듣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부담을 느낄 것 같다는 염려 반. 나만 해도 겉보기엔 잘 먹고 잘 사는 가정환경과 교육배경을 가지고 있는데 실상은 썩어 문드러진 친족관계과 엄마의 죽음으로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한 동생이지만 직장에서 알게된 아이 이기때문에 나는 할말 안할말을 가려한다. 그러나 그 동생은 내게 꽤 솔직한 편으로 자신의 엄마가 시갓집 쪽의 문제들로(교도소 수감, 돈문제 등등) 공황발작이 왔었다는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그런 엄마의 고통들을 받아주는 감정 쓰레기통이라 너무나 힘들다는 말과 함께. 겉보기엔 동생도 좋은 환경에서 반듯하게 자라온 아이인데 이런 고충들을 안고 사는 지 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