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부터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으로 가라앉을 정도였다. 별도의 검사를 하지 않았고 대신 비타민 메가도스를 복용하고 푹 잤다.
<월요일>
왠지 새벽에 무척 춥다고 느껴졌다. 나의 키다리 아저씨(사실은 언니,라고 부르고 있는)가 일전에 보내준 배 담요의 온도를 최고 단계로 올린 뒤 끌어안고 잤다. 그래도 추워서 다시 일어나 집 바닥난방 온도를 올렸다. 목이 계속 말라서 자다 깨다 반복했더니 밤새 잔 것 같지 않았다. 아침에 체력 학원에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급 취소를 했다. 두 시간 동안 격한 운동을 하기엔 가래가 끓어서 숨 쉬는 게 불편했다. 체력 학원에 오는 사람들은 경찰 채용 체력검정 응시생들이기 때문에 학원에서도 만일의 상황을 우려해(필기시험 합격자 체력시험 중 격리 등) 자가검사 키트 음성 확인을 요구했다. 집에 남편이 사둔 키트로 테스트했는데 확실한 음성으로 나왔다. 그러나 목이 너무 아프고 잠이 쏟아져서 월요일은 제치고 화요일부터 참석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계속 잠이 오는 대로 잤다. 깨보니 저녁여섯시였다.내리 자다가 아빠가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겨우 일어나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실컷 자면 나아질 줄 알았던 목 아픔은 차도가 없었고 침 삼킬 때마다 답답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혹시 싶어 저녁에 자가검진키트로 재검사를 했다. 미세한 핑크색이 두줄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시력이 양쪽 다 1.5인데 의심의 눈으로 봐서 이게 약간 미세하게 두줄인 것처럼 보이는 건가 하여 아빠한테도보여주며 어찌 보이냐고 물었다. 아빠도 돋보기까지 들고 와서 이쪽저쪽 키트를 돌려봤다. 아무리 봐도 두줄이 아니어서밤 아홉 시 반 필라테스를 예약했다. 하루 종일 집에 있었으니 찌뿌듯했다. 운동을 잠깐 하면 컨디션이 좋아지겠지. 주 7일 중에 주 6일 다니는 필라테스 루틴을 깨고 싶지 않았다.
<화요일>
전날 필라테스 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어 집에 귀가해서 빨래도 널고 식기세척기 정리도 하고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목 아픈 것은 여전했지만 키트로 두 번이나 음성 확인을 한지라 하루 더 자면 좋아지겠지 했다. 비타민을 골고루 챙겨 먹고 평소 챙겨 먹던 약들도 잘 챙겨 먹고 잠이 들었다. 새벽에 또 무척 추웠다. 이놈의 집이 왜 이렇게 춥지 요즘. 난방을 올리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화장실 가기를 몇 번 반복했다. 목이 아프니 계속 물 마시고 싶고 신게 먹고 싶고 해서 주스를 마셨다가 물을 마셨다가 난리를 치며 잠을 잤다. 비몽사몽간에 남편 출근하는 얼굴을 보고 다시 잠들어 아침 열한 시 넘어 깨어났다. 아빠 밥 차려줄 시간이라 그나마 일어났지 아니었으면 하루 종일 잘 판이었다. 심하게 잠을 자대는 내가 수상했던 아빠는 아무래도 병원을 가자며 날 이끌고 집 근처 이비인후과를 갔다. 신속항원검사 오천 원. 소요시간 십오 분. 확진입니다. 약 처방을 받아왔다. 코로나 약값은 무료.
감기약을 몽땅 합쳐놓은 듯한 많은 알약 한 뭉치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확진. 미안하단다."
남편은 그 길로 점심도 못 먹고 퇴근을 했다. 회사 방침이 동거인 확진 시 5일간 재택근무 후 복귀하여 일주일간 혼자 식사하기라고 한다.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허겁지겁 내가 차려준 고추장찌개를 거의 들이마시다 시 피하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다행이다. 너는 음성.
"아니, 자가 검사했을 때 계속 음성이었는데 왜 갑자기 양성이 된 거야. 두 개 가져와봐."
아빠는 이번 주 내리 약속이 줄줄이 있는데 갑자기 동거인 권고 수칙으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난색이었다. 아빠는 며칠 동안 목 아픈 증세를 달고 온 집안을 누빈 나와한 공간에서 생활을 했으니 망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너도 다시 해봐."
아빠도 나도 정확하게 검사하겠다며 최대한 코 깊숙이 스틱을 넣고 재채기해가며 눈물을 찔끔거리면 점액을 채취했다. 15분을 기다려 나온 결과는 둘 다 음성.
"자가검사 이거 완전 허당이네. 넌 확진인데도 여전히 음성이네. 나도 이거 음성인데 믿을 수가 있나."
남편에게과자를 좀 사 오라고 했다. 평소 잘 먹지 않는데 이상하게 단짠단짠으로 과자 부스러기가 땅겼다. 집에 있는 초코파이도 세상 맛있게 느껴졌다. 남들은 코로나 확진되면 식욕이 감퇴한다는데 나는 그동안 안 먹던 것들이 무척 먹고 싶었다. 삼킬 때마다 짜증 나는 통증을 감수하고라도 말이다. 과자 네 봉지 초코파이 세 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엄청나게 먹어대는 나를 남편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실컷 먹고 소파에서 잠이 들었더니 아빠가 펄쩍 뛰었다. 공기 오염시키지 말고 방에 들어가라며. 불안했던 아빠는 (나를 믿지 못하겠기에) 자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난 이제부터 식사 다 사 먹을 거야. 내 방 들어오지 마. 내 화장실 쓰지 말고 가까이 오지 마. 넌 숙주야"
코로나 걸리기 싫은 아빠의 마음은 알겠지만 무척 섭섭했다. 나가서 비빔밥 사 먹으면서 내 것도 좀 사 오면 안 되나? 남편은 자기 일하느라 바빠서 내가 추위에 떨며 잠을 자든지 말든지 밤 아홉 시가 다 되도록 날 방치했다. 난 키다리 아저씨(언니)가 보내준 죽을 뒤늦게 발견하고 내 손으로 차려먹었다. 남들은 격리 중에 가족들이 급식도 넣어주고 그런다는데. 내가 이런 남자들이랑 같이 살고 있다.
밤 즈음되자 이젠 또 온몸이 덥기 시작했다. 추웠다 더웠다 하며 사지가 부어 뚱뚱해진 느낌이 들었다. 불쾌했다. 낮에 그렇게 자고도계속졸렸다.근데, 참 억울하다. 자가검진키트로 세 번이나 검사했을 때는 분명 음성이었다. 코가 맵도록 깊숙이 찔러서 점액을 채취해서 검사했는데 왜 안 맞는 거야. 그동안 손발이 마르고 닳도록 씻고 어디 나갔다 오면 한번 입은 옷을 몽땅 빨아왔다. 사람 많은데 안 가고 기본 방역에 충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느닷없이 확진이라니. 젠장, 따끔거리는 목만 어떻게 빨리 안되나. 이번 주 예약해둔 필라테스와 체력 학원은 몽땅 취소를 했다.그리고 새벽부터는 차원이 다른 끔찍한 목아픔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