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진동 울리는 소리> 뭐하고 있어? 나는 회식하러 가고 있어. 뭐? 아닌데 분명히 말했는데. 말안했나? K랑 누구랑 누가 이미 상암동으로 왔어 알았어 알았어 콜라 마실거라니까 사랑해 이따 만나. 안녕
남편은 가정적인 사람이다. 회사-집-회사-집.
아침엔 주에 두번 출근전 골프 레슨도 받고 저녁엔 MBA수업도 듣는 셀러던트다. 퇴근하고와서는 설겆이도 해주고 조악하게 차린 내 밥상에 감탄에 감탄을 하며 밥을 머슴처럼 두 그릇씩 먹는다. 집에 돌아와서 <까르> 인형던지기 하며 실컷 놀아도 주고 장인어른과 같이 <삼국지> 보면서 열띈 토론도 한다. 빨래널기도 같이 해준다. 퇴근하고 와서 피곤했을텐데도 종일 집에 콕 박혀서 저만 기다렸을 내 몰골을 보더니 기꺼이 같이 산책도 가줬다.
이렇게 가정적인 남편은 두가지 약점이 있으니 첫번째는, 뭔가 손으로 하는 조립 같은게 완전 젬병이라는 것. 왠만한 남자라면 대충해도 못은 박고 나사도 조일 것 같은데 그런거 몽땅 내가 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것과 두번째로, 치명적인 건데 거짓말을 진짜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와 통화하며 오늘 회식이냐고 되묻는 내 목소리에 분명 바짝 긴장했는데 곧 죽어도 아니라며 자긴 얘기를 했다고 허둥지둥 얘기하더니 내가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빽 소리 지를 것 같았는지 지금 벌써 동료 누구누구가 본인 근무지인 상암까지 와있다며 방점을 찍었다.
제목은 거창하게 <응징하기>라고 썼는데 사실 응징은 커녕 집에 들어오는 얼굴을 보며 나 삐졌어,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서있다가 방으로 뛰쳐들어가는게 다다. 그럼 분명 남편은 나를 끌어안고 세상 다정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