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이 끝난 곳에서
겨울이면 기관지가 엉망이 된다.
올겨울은 유독 더 심했다.
감기를 자주 앓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심하게 아팠다.
몸이 먼저 멈췄고,
그다음에야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늘 거실을 채우던 음악 소리도 멈췄고,
쉴 새 없이 OTT가 돌아가던 아이패드도 멈췄다.
며칠을 정적 속에서 보냈다.
내 몸에서 항생제 냄새가 잔뜩 날 때쯤,
조금씩 회복의 기미가 보였다.
아직 완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숨을 조금 더 깊게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밀린 업무 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일정을 정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화면을 켰다.
아이패드에서 흘러나오는 소리가
정적만 머물던 방 안을 다시 가득 채웠다.
아픈 동안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자리로,
나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돌아와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쉬고 있었던 게 아니라,
늘 돌아오는 자리에 다시 앉아 있었던 거라는 걸.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앉아만 있어도 되는 자리.
아픈 몸으로 돌아와 앉은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다.
잘 만들었는지, 효율적인지
지금 이걸 봐도 되는지 묻지도 않았다.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닌 상태로
그냥 보고 있었다.
다음 일을 떠올리지도 않은 채로.
그 순간 깨달았다.
이 자리가 내가 늘 돌아오는 자리라는 걸.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자리.
그 자리는 단순히 나를 쉬게 하는 곳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확인하게 하는 자리였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전에,
늘 먼저 보고 반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해지곤 한다.
오늘도 결국
다시 객석으로 돌아온다.
아직 설레는 순간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