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의 경계

오래 머물 자리

by HYoung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나는 안에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밖에 있는 사람일까.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한데,
콘텐츠 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의 나는
예전처럼 완전히 소비자일 수만은 없다.


어제 본 드라마의 시청률을 먼저 검색하고,

오늘 발매한 음원의 성적을 확인하고,

금세 바뀌는 트렌드를 점검한다.


흥행 수치를 들여다보는 일도,

관객 반응을 분석하는 일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이 오르는 순간,
음원의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경기가 시작되는 휘슬이 울리는 순간만큼은

계산이 멈춘다.


그때의 나는
산업 안에 있는 사람도,
분석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보고 반응하는 사람이다.


잠시만큼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도 잊은 채로.



아마 나는
완전히 안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완전히 밖에 있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안과 밖 사이,
화면 뒤와 앞 사이,

참여와 거리두기 사이.


경계에 서 있다기보다는

그 경계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 있는 쪽에 가깝다.


완전히 몰입하지도,
완전히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로.



어쩌면 애매할지도 모르는

그 위치 덕분에

나는 경계의 안과 밖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의 온도와,

그 마음이 움직이는 구조를.


설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식어가는지도.


숫자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과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사실까지도.



이 경계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기보다
조금 더 정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안에도, 밖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채
두 세계를 동시에 바라본다.


여전히 설레지만,
그 설렘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나를 완전히 안으로 끌어들이지도,
완전히 밖으로 밀어내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채

경계에 앉아
두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


아마도,

이 자리가

내가 가장 오래 머물 자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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