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의 맛있는 곰탕과 김치
* 목요일 발행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2주째 목요일 발행을 지키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그 분위기도 함께 먹는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지, 어떤 장소인지, 어떤 음악 혹은 소음이 들리는지는 우리가 먹는 한 끼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어릴적 혼자서 밥을 먹거나 과자를 먹기를 좋아했다.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 즐거운 일인지 나는 잘 몰랐다. 그럴법도 한 것이 과거 나의 가정은 밥을 먹을 때 기분 좋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먹기보다는 모두 일제일 텔레비전을 쳐다보며 말 한마디 섞지 않고 밥만 먹는다는 암묵의 우리 가정 만의 방식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점 대화조차 없는 황량한 느낌의 그 식사 시간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 혼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책을 읽거나 내가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서 먹는 것이 더 편하고 좋았다.
혼자 먹으면 입맛이 없어서 밥을 먹기가 싫어진다는 사람들을 종종 본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이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먹으면 불편하지 않니? 나는 혼자 먹는게 훨씬 좋던데.' 그게 나의 속마음이었다.
생각해보면 비단 나의 가정의 그 과묵함 뿐만이 아닌, 혼자 오롯이 있는 시간의 즐기는 나의 내향적 성향 때문이기도 한 듯 하다. 이랬든 저랬든 나는 혼자만의 식사 시간을 기다렸고 좋아했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하여 무려 세 명의 아이를 낳고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을까? 하하.
아이들이 어리기에 단 오분만이라도 혼자있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 날이 계탄 날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혼자만의 식사 시간을 즐기던 예전의 나는 오랜 시간이 흘러 인간친화적인 성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함께하는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아이들 셋과의 식사가 정신없기는 하지만 이들의 종알거림이 가득 채운 식탁은 한없이 발랄하고 싱그럽다.
물론 지금도 나는 혼자만의 식사를 싫어하지 않지만, 우리 가족만의 단촐하고 기분 좋은 식탁 교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하루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말도 안되는 농담이나 힘이 빠진 괜한 소리도 웃음으로 수용되는 곳, 그 곳이 우리의 식탁임이 감사하다.
며칠전 시댁에 내려가서 받은 곰국과 김치를 단촐하게 두고 가벼운 밥 한끼를 하는데,
내 마음에 이리도 풍성한 밥상을 만들어준 우리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수고가 하나도 들지 않은 음식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마음을 얼마나 가볍게 만드는지.
그렇게 쉽게 차린 밥상에서 아이들은 '맛있다' '맛있다' 감탄하며 수저를 움직인다.
오늘 하루, 이 소박한 밥상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