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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Jul 04. 2024

다슬기

이맘때 쯤 시댁에 가게되면 가기 전부터 벌써 긴장이 된다.

이번에는 또 식재료들을 얼마나 많이 주실까?


부모님댁이 시골인 분들은 어느정도 짐작하리라. 7,8월 상추, 가지, 양파, 방울 토마토, 깻잎 등등 형형색색 먹거리들이 얼마나 풍성하게 자라나는지. 그리고 그 초록 초록한 것들이 시골 밥상을 다 채우고도 넘쳐서 도시에 사는 자녀들의 손에 얼마나 주렁 주렁 달려서 서울 구경을 하게 되는지.

신혼 초 아이들이 없을 때에는 어머니의 그 손길이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맞벌이인지라 밖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대부분이고 집에서는 겨우 밥만 차리는 시늉으로 사는데

시골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로 나물이며 김치며 반찬들이 배달되어 왔다.


버려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죄스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다가 어머니께 직접 말씀 드리기도 했지만 왠일인지 어머니의 큰 손은 줄어들지가 않았다. 아마 그 아까운 것들을, 귀하게 키운 것들을 아들 내외에게 먹이고픈 지극한 애정의 마음이리라. 지금이야 아이들이 셋이고 매일 밥을 차려 먹기에 주시는 음식 재료들이 귀하기도 하고 맛도 좋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지만 그래도 이따금 감당되지 않는 양이 주어질 때는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고백컨데, 곤혹스러운 것들 중 하나는 다슬기다. 그렇다.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그 다슬기.

없어서 못 먹는다는 그 다슬기. 간에 좋다는 그 다슬기.  

다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는 그 딱딱한 껍질 속에 파란 애벌레 비슷한 모양으로 있는 것을 이쑤시개로 쏙 빼먹는 남편을 볼 때마다 도대체 저걸 무슨 맛으로 먹는걸까 갸우뚱할 때가 많다. 남편은 다슬기를 정말 좋아한다. 어머니는 정성스레 삶아 식혀서 남편 요량으로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 놓고는 우리가 내려갈 때마다 선물처럼 내어놓으신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걸 집에 들고와서 남편은 마치 귀한 간식거리를 대하듯이 국간장 조금, 마늘 조금, 고추 조금 넣어 팔팔 끓여서 맛있게 맛있게 이쑤시개로 쏘옥 빼 먹는다. 그리고는 이 맛있는 것을 왜 먹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다고 한다. 하하하. 코에는 비리기만 것들이 남편에게는 향긋하게만 느껴지나 보다. 시골에서 돌아오는 날이면 냉동실 가득 다슬기가 들어찬다. 남편의 마음은 든든해진다.

남편에게 다슬기는 어떤 음식일까.

남편의 어린 시절 계곡에서 친구들과 왠종일 다슬기를 잡으며 물고기를 잡으며 지낸 그 어린 날의 맛이겠지.

바구니 넘치게 다슬기를 잡아가면 어머니는 지금처럼 간장 넣고 마늘 넣고 고추 넣고 바글바글 끓여 주셨겠지. 남편의 그 추억을 먹으며 연신 맛있다 맛있다 이야기 한다.


어느날에는 문득 어머니가 귀하게 보내주신 그 다슬기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면 남편은 어디에서 그 다슬기 맛을 볼 수 있을까. 그러니 불평은 잠시 접어두고 맛있게 먹는 남편 얼굴만 잘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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