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늙었구나
오후 5시 쯤,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일도 일찍 끝났는데 근처 대학 축제 한번 구경갈까?"
비눗방울 놀이를 하러 가자고 졸라대던 온이(둘째)의 성화에 못 이겨 안그래도 밖에 나가려던 참인데 잘됐다 싶었다.
다섯식구 모두 대충 준비를하고 나서 도착한 대학가에는 사람들이 이미 많이 모여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거의 처음으로 축제에 온 듯하니 아마 십년은 족히 흘렀을 것이다. 대학 축제의 그 들뜬 분위기, 음악과 분위기에 휩쓸려 몰려다니는 학생들, 엄마 아빠 손잡고 구경나온 귀여운 아가들, 모든게 여전했다.
그때는 포장마차가 학교 입구에 즐비했었는데 요즘에는 푸드트럭이 대세인가 보다. 곱창구이, 츄러스, 햄버거, 피자, 탕후루, 떡볶이 없는게 없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나무 아래로 대학생들이 잔잔한 음악공연을 하고 있었다. 요즘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은 나밖에 없나보다. 기타를 들여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대학생들이 그렇게 푸릇푸릇해 보일 수가 없었다.
참 좋다, 젊음!
대학축제이기도하지만 아이들이 놀만한 것들도 많이 보였다. 작은 바이킹, 초대형 방방이, 에어배운스, 금붕어 잡기 등등.
택이(첫째,10)와 온이(둘째,7)와 별이(셋째,4)도 분위기에 들떠 제각기 하고 싶은걸 찾아 저거 좀 해달라고 성화다.
온이와 별이의 선택은 에어배운스. 택이는 아빠랑 하던 낚시 생각이 났던지 금붕어 잡기.
온이랑 별이는 아빠랑 에어바운스를 타러 가고 택이랑 나는 금붕어 잡기를 하는데..... 커다란 튜브에 모여있는 금붕어 떼를 작은 체를 이용해서 건져내는 그 놀이가 나는 보고있기가 너무 괴로웠다. 피할 데 없는 작은 공간에서 저 쪼끄마한 물고기들은 하루에도 몇십번 잡히고 놓여지고를 반복했겠지...? 내 얼굴은 오만상 구겨져있으나 우리 택이는 신나서 물고기를 잡고 기뻐한다.
아이들의 한바탕 놀이가 끝난 후 이번에는 우리 별이의 간곡한 바람대로 츄러스랑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갔다.
축제 음식은 역시 비싸다. 츄러스에 작은 아이스크림 한동기가 7.000원다. 그래, 오늘만이다.
그렇게 겨우 대학교를 빠져나오니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아, 정말 나도 나이가 먹었구나. 신나는 음악도, 싱그러운 학생들도, 재미난 볼거리들도 예전에는 나를 그리 설레게 했던 것들이 이제는 썩 즐겁지가 않다는게 느껴진다.
그러나 곧 감사함이 느껴진 것은 내 삶이 조금은 더 깊어지고 진해져서 이제는 바깥의 즐거움보다 내면에
흐르는 고요한 즐거움을 더 찾게 되었구나 싶은 것이었다.
얼른 집으로 가서 나를 더 꽉꽉 채워줄 나의 소울푸드 갈치조림을 만들었다. 무를 성큼성큼 썰고 파도 총총총 썰어 넣어 고춧가루, 간장, 마늘, 참치액, 설탕 조금 넣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냄비에 멸치 육수를 좀 넣고 무우을 깔고 그위에 갈치와 양념장을 더해 보글 보글 끓이니 어느새 밥도둑 갈치조림 완성 !
밥 한 숟갈에 양념 잘 밴 무우 한조각 먹으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시끌벅적 축제도 가끔은 좋지만 역시 가족들께리 도란도란 모여앉아 음식을 나누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