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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즈 Feb 16. 2022

그저 웃어버리는 거야


손바닥 가려움증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내 인생이 미궁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처럼. 


요즘 들어 나를 부정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내가 틀린 걸까.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잘못했을까.’ 실패의 기록이 점점 늘어나면서부터다. 나에 대한 평가는 일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론이기 때문에, 실패가 늘어날수록 나에 대한 신뢰감과 일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나도 나를 의심하게 됐다. 


2022년 나는 나의 실패작이다.  


하지만 실패를 대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실패작들을 위해 실패의 종류에 따라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하지만 실패에 대한 서사는 그리 조명받지 못한다.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패에 대해 나누는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왜 실패에 대한 서사는 없는 것일까. 실패를 딛고 일어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패를 끝끝내 이겨내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아서 그럭저럭 살아가는, 실패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하지만 실패의 결론은 결국에는 망해버리는 것이라, 실패를 이야기로조차 펼치지도 못하는 것일까. 실패를 거듭하여도 인생은 망하지 않는다는 실패작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역시나 신해철의 음악을 연거푸 들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말라’는 해에게서 소년에게와 ‘망설이지 말고 그냥 뛰어가다 보면 흐릿하게 눈물 너머 희망을 보게 될 것이라’는 HOPE를.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Now We are flying to the universe 

마음이 이끄는 곳, 높은 곳으로 날아가


100분 토론에 나올 때마다 신해철은 현실적으로 바뀔 수도 없고 질 수 밖에 없는 주장에 서 있었다. 하지만 신해철은 어느 신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했다. “한국에서는 영악하게 지는 싸움을 피해가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는 지는 싸움도 때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해철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었던 걸까.  


비록 그 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는 싸움을 덤덤하게 이겨내고, 지는 싸움을 즐길 줄 알며, 그 실패를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는 실패작이 되고 싶다. 


병원에서는 알약과 하루에 두 번 도포하는 바르는 약을 처방해주었다. 실망스러운 내 마음에는 신해철의 음악이 극약처방전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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