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책방투어로 서울구경하기(feat.오마이뉴스)

겨울방학 서울투어 코스

by 윤슬

초중고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이 되면 엄마들은 분주하다. 삼시세끼는 물론이거니와 방학맞이 특별 체험 학습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고생은 학원 스케줄로 바쁘지만, 학원과 특강만 들으며 방학을 보내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독특한 책이 있는 독립 서점에 가보는 건 어떨까?


방산시장 깊숙한 곳에 '그래서'라는 이름의 독립 서점이 있다. 이름도 특별하다.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질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점을 지나야 한다. 1층의 캔들 공예 재료를 파는 상점을 지나 2층의 인쇄소와 원단 소재 상점 틈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보물 찾기를 하듯 찾아야 그곳을 갈 수 있다.


작은 책방에서 시작한 보물찾기

▲그래서 서점과 조약돌


책방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따뜻한 백열등 불빛이 등대처럼 이끈다. 필자도 미로 같은 그곳을 몇 바퀴 헤맨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필자가 헤맨 이야기를 하자 책방 주인은 웃으며 테이블 위의 돌을 가리켰다.


"헤매는 분들이 많아서 준비했어요. 헨젤과 그레텔에서처럼 돌멩이를 준비했어요. 가시는 길은 헤매지 않도록요. 하하."


책방 주인의 유쾌한 농담과 센스 있는 마련한 돌멩이가 수고로움을 잊게 했다. 5평 남짓한 작은 서점은 대형서점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곳만의 따스함이 곳곳이 묻어 있었다. 필자는 보물 찾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보물은 손가락 크기의 '미니북'이었다. 어렸을 때 A4 용지나 스케치북을 잘라 접은 후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추억이 떠올랐다. 필자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열심히 색지를 접어 미니북에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 익숙한 그 미니북이 정교한 그림책으로 출판이 된 것이다. 검지손가락 크기의 미니북을 넘기며 입가의 미소가 지어졌다.


두 번째 보물은 독특한 질감으로 만들어진 2000년대 초반 사용했던 플로피디스크 모양의 그것이었다. 함부로 만졌다가 손상시킬까 걱정되어 가게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이게 뭐예요?"

"책입니다. 방산시장에서 포장지로 사용되는 종이를 재활용해서 작가님이 책을 만들었어요. 열어보세요."


플로피디스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라오스 여행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박수를 치며 감탄을 쏟아냈다. 여행책은 큰 책에 많은 설명과 함께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깬 발명품 같았다.


그 작은 플로피디스크 책에 담긴 사진을 보며 아직 가보지 않은 라오스를 상상해 보았다. 언젠가는 가보게 될 그곳을. USB가 나오면서 사라진 추억 속 플로피디스크를 여행 책자로 만나게 될 줄이야. 대학생 시절 플로피디스크에 과제를 저장하고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세 번째 보물은 통장이었다. 그것은 분명 통장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보았던 독서통장이 떠올라서 필자는 사장님께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서 책방 보물찾기


"사장님, 이거 독서기록장이죠?"

사장님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책입니다."


필자는 겸연쩍어하며 통장을 꺼내 열어보았다. 표지도 목차도 모두 진짜 통장 형식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디자인된 책이었다. 부록으로 스티커와 파우치가 증정되는 세트 상품이었다. 통장 속에 담긴 책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사고 싶은 독특한 책들이 쌓여갔다. 독립 서점답게 책방 주인의 안목으로 선정된 다양한 책과 그림책이 있었다. 필자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미술 작품이 작은 책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작품 한 점을 구입하려면 큰 돈을 들여야 하지만, 그림책은 1만 5천 원 내외로 소장할 수 있다. 그것도 유명 작가의 그림책을. 이미나 작가의 <이불개>를 구입했다. 운이 좋게 작가님의 사인도 받았다. 이곳은 작가님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운이 좋으면 필자처럼 사인도 받을 수 있다.

이미나 작가의 사인


책 구경 후 근처에 있는 갤러리를 구경하는 것도 추천한다. 현재 구슬 작가의 그림과 종이 인형이 전시되고 있다. 오는 17일 토요일 오전 11시에는 버려지는 지난 달력을 활용한 콜라주 작업도 예정되어 있다. 초등 학령기나 책 혹은 그림에 관심이 있는 중고등학생과 책방을 둘러보고, 갤러리 관람 후 콜라주 작업까지 하면 완벽한 체험 학습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서점의 갤러리

책 구경 전후에는 '그래서' 책방 근처에 있는 '을지반점'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먹어본 중국집 중에서 손에 꼽는 맛집이다. 홀이 넓지 않은 편이고, 근처 상점에서 점심시간에 많이 찾는 곳이므로, 점심시간에는 대기를 해야할 수도 있다. '피크 타임'을 피해서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식사와 책 구경이 끝났다면, 을지반점 옆에 있는 '버터스카치'에 가서 소금빵에 음료 한 잔 하며 구입 한 책을 읽어보자. 지하 1층에 넓은 테이블도 있으니 책을 펼쳐 놓고 읽기에 적합하다.

▲을지반점(군만두 서비스를 주는 특별한 곳)

카페에서 쉼을 가진 후에도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길 건너에 있는 광장시장으로 건너가 보자. 광장시장 꽈배기는 하루가 지나도 그 촉촉함이 남아 있다. 넉넉하게 사와서 다음날 에어프라이에 데워 먹어도 첫날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줄 서서 구입하는 만큼 여유 있게 구입하는 센스를 가져보자. 광장시장은 육회와 빈대떡도 유명하니 출출할 때 요기를 할 수도 있다.


시장 메인 거리에서 좁은 골목으로 직진해서 들어가면, 한복 가게들이 줄지어있다. 그곳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주 작게 만들어진 한복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인들과 그것의 용도를 추측해 보았다. 강아지 옷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강아지가 입기에는 너무 작았고, 마루 인형용 옷으로는 컸다. 우리들의 수다를 들은 상점 주인이 말했다.


"한복 와인 커버예요. 선물용이에요."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한복 와인 커버를 구입해서 선물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외국인 친구가 없었다. <K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덕분에 저승사자 컬렉션도 전시되어 있어 볼거리가 한층 많다. 광장시장 구경 후에는 청계천 빛초롱축제를 보며 산책하는 것을 추천한다.


오는 18일까지 빛초롱 축제를 하고 있으니 기간 내에 다녀오도록 하자. 필자는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전통 한복과 우리나라 전통 악기를 표현한 것이 인상 깊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었다. 야간 축제이므로 오후 6시 이후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마스크와 장갑, 목도리 그리고 핫팩을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을지로 책방에서 시작하여 청계천으로 마무리하면 하루를 온전히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방학 맞이 서울 시내투어를 추천한다.

▲빛초롱축제

https://omn.kr/2go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