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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소 Aug 20. 2021

숨결이 깃든 문장들 2

황현산 작가님의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중에서

가끔 사전적 의미의 '어른'이 아니라 깨달을 기회를 주시는 '어른'의 말씀이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똑같은 일상인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할 때도 그렇고

바쁨의 기쁨을 누리다가 멈췄을 때, 문득 찾아오는 아득함에 몸 둘 바를 모를 때도 그렇습니다.

그럴 때 황현산 작가님의 책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오늘의 숨결]

평소에 염두에도 두지 않았던 이런 모순에 갑자기 의문이 생기는 순간을 나는 문학적 시간이라고 부른다.

문학적 시간은 대부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지만, 사회적 주제와 연결될 때 그것은 역사적 시간이 된다. 그것은 또한 미학적 시간이고 은혜의 시간이고 깨우침의 시간이다.

- 2018년. 머슴새와 '밭 가는 해골' - 중에서.


저 2002년의 '아 대한민국'과 2015년의 '헬조선'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중략)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지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옥은 진정한 토론이 없기에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이다.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토론과 그에 따른 희망이다.

지옥에 대한 자각만이 그 지옥에서 벗어나게 한다.

'헬조선'은 적어도 이 지옥이 자각된 곳이다.

- 2015년. '아 대한민국'과 '헬조선' - 중에서.


여전히 바뀌지 않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우리가 어머니에게, 아내에게, 직장의 여성 동료에게, 길거리에서 만나는 여성에게, 심지어는 만나지도 못할 여자들에게 특별히 기대하는 '여자다움'이 사실상 모두 '여성혐오'에 해당한다.

나는 한 사람의 번역가지만 '여성혐오'라는 번역어의 운명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대에 더 많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불행을 그 오해 속에 묻어버리려는 태도가 비겁하다는 것은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

- 2016년. '여성혐오'라는 말의 번역론 - 중에서.


 지식 체계의 변두리에서는 지식이 낡은 경험을 식민화하지만, 오히려 중심부에서는 지식이  겸손한 태도로 세상을 본다.

제가 무지 앞에 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무지에 둘러싸여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다.

- 2017년.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인가 - 중에서.


마치 일기처럼 기록해 두기로 마음먹고 두 번째 글을 남깁니다.

지금은 저 멀리 계시지만 아름답고 담대한 글에서 황현산 작가님의 숨결을 느낍니다.

황현산 작가님께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배우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작가님들의 숨결을 옮기기로 다짐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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