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예뻐
화장을 했대
비 때문에 지워져도 예뻐
-8살 시인 프미-
비 오는 날이 이어지는 장마기간.
그리고 길고 긴 여름방학.
둘이서 집 안에 갇혀 있을 생각에 집 앞 슈퍼마켓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걸 잔뜩 사버렸다.
가득 찬 장바구니와 우산을 들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한숨부터 쉬며 손을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
한숨 돌리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머리는 산발에 화장은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 있었다.
“아이고, 엄마 얼굴 좀 봐. 이런 줄도 모르고 돌아다녔네.”
습함과 더위에 지쳤던 날 내게 슬쩍 편지를 건네는 딸.
우리 집에 사는 8살 시인은 내 마음속 습기를 싹 걷어내는 재주가 있다.
네가 더 예뻐
화장 안 해도 예뻐
비 때문에 머리가 곱슬거려도 예뻐
-엄마의 답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