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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해당 이종헌 Apr 15. 2018

소래포구에서

이름만 들어도

비릿한 갯내음이 피어나는 곳

길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 너머로

아스라한 추억이 해일처럼 밀려드는 곳

녹슨 철로와 아무렇게나 흩어진 패그물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고 황혼이 아름다운 곳

하루 종일 기다려도 기차가 오지 않는 곳

지금은 지도책에서도 찾을 수 없고

매표소도 없고, 개찰구도 없는

머리가 흰 갈매기 역장만이 눈도장을 찍고 가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굽은 철길 따라 육자배기 가락처럼 늘어지는,

기차가 오지 않아도

날마다, 날마다 승객들로 북적이는

추억의 기차역

느릿느릿 통통배처럼 다가오는 가을 햇살에

세월도 잠시 발길을 멈추는 곳

낡은 슬레이트지붕마다, 비좁은 골목골목마다

새록새록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

이마가 닿을 듯 낮게 드리운 처마 밑으로

펄떡이는 광어며 우럭, 도다리, 숭어를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흐뭇한 곳

마음이 평화로운 곳

새우젓, 멸치젓, 까나리젓 외치다가

온 종일 갈매기 울음소리도 잊고 사는

호남상회 늙은 아낙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곳

아, 가슴이 뛰는 곳


2008 현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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