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석유가
21세기의 빌딩만큼이나 높이
값이 치솟습니다
아이들 학원비야 줄일 수 없으니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고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살림은 팍팍하고
인생은 여전히 재미가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외제차 즐비한 강남땅엔
하루가 다르게 고층아파트 쑥쑥 올라가는데
20년을 한결같이
착하게 살거라
요행을 바라지 말거라 하고
아이들을 훈육하던 사내는
요즘따라 자꾸만 키가 작아집니다
한때는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를 사랑하고
외눈백이 화가
최북(崔北)을 꿈꾸었던 그 사람이 말입니다
2011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