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치고 다니는 마을버스처럼
굴곡진 세상사를
요리저리 잘도 피해 다닌 나입니다
청계천 광장에서는 벌써 며칠 째
젊은이들의 촛불 집회가 열리고
토요일 아침 시청 앞에선
희망버스가 출발한다고 하는데
나는 오늘도 가벼운 등산복 차림으로
마을버스에 몸을 싣고 산으로 향합니다
중년이라는 것이
해마다 치솟는 아이들 등록금 걱정에
언제 내몰릴지 모르는 일터에서
버틸 수 있는 한은 버텨야한다는
생존의 강박으로 인해
반값 등록금을 외치는 학생들의 절규에도
고공크레인에 올라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철회를 외치는
여성노동자의 목소리에도
결코 귀 기울여서는 안 되는 나이임을
관악산 신령님은 아시겠지요?
신령님, 그냥 막걸리나 한 잔 하입시다
2011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