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로 출근해 4층 계단을 오르는 동안 피부가 햇빛을 머금어 익어버릴 것 같다. 교실문을 열면 마스크 안이 땀으로 흥건하다. 요즘 나의 하루는 컴퓨터를 켜는 동안 잠시 마스크를 벗고 얼굴에 맺힌 땀을 닦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며칠 연습을 하더니 셀프로 체온을 재고, 들어오기 전 손을 씻은 다음 소독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들어오면서 아침식사 메뉴나 체온이 몇 도인지, 오늘 체육을 강당에서 하는지 따위를 조잘거린다. 가끔 37도 정도로 체온이 높은 아이가 나오면 금세 호들갑을 떨며 선생님을 찾는데 보통 뛰어오느라 체온이 높아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단 진정시키고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체온을 잰다. 땀이 맺힌 머리칼이 눈에 띈다. 어느새 교실이 꽉 찬다.
며칠 전 글쓰기 연습을 하다가 날씨를 재미있게 적는 법을 안내했더니 다들 재미있는 표현을 써냈다.
'아이스크림이 땡기는 날씨', '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 멸망하기 1시간 전 날씨',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고 싶은 날씨', '마스크 벗고 싶은 날씨', 욕조에 얼음을 가득 담아 목욕하고 싶은 날씨' 등..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고 했더니 다들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말부터 써댔다.
한동안 에어컨, 공기청정기 사용을 가지고 혼란이 빚어졌다. 결국은 환기를 충분히 하면서 시간을 정해 트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체육이 든 날에는 넓은 강당에서 간격을 두고 활동을 하는데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한껏 신난 다음에는 전부 강아지마냥 헥헥대며 물을 찾는 모양새가 귀엽고 짠하다. 학급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을 갈무리하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바뀐 풍경이 문득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등교 개학이 시작된 후에도 시간표가 두 번은 바뀌었다
겹치는 동선이 없게끔 쉬는 시간을 줄이고, 등교시간을 당겨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팔자에 없는 블록수업을 하자니 벅차서 나도 아이들도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쉬는시간 논쟁(?)이 뜨거운데, 연달아 수업을 하면서 정신이 없는 내가 그나마 있는 5분마저도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아우성이고 나도 힘들어서 쉬는 시간만큼은 꼭 보장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화장실도 못 간다는 내 하소연은 들어줄 사람이 없어 조용히 사그라들 뿐이다.
등교 개학을 했다고 온라인 학습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정체험학습이나 자가격리로 인해 학교에 못 나오는 친구들을 위해 계속 온라인 학습 콘텐츠도 올려놔야 한다.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으로 이중으로 신경 쓸 것이 많아졌다. 계속해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언제 등교 일정이 바뀔지, 이대로 계속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는 있는지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게 좋다고 한다.
'드디어 e학습터에 해방!'되었다며 기뻐했고, 열이 나거나 아프면 학교에 나오지 않고 바로 집에 가야 된다고 했더니 그건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개학 하루 전,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다리를 다친 준성이는 학교에 오고 싶다며 밤마다 운다고 했다.
나도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것이 좋다. 제자리를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앞으로마스크 안 쓰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찌하다 도착한 허허벌판에서 다시 우리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올해 우리 반 이름은 홍삼반이다. 홍쌤과 함께 건강하고 튼튼하자고 홍삼반으로 결정됐다. 정말 한 명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올해를 났으면 좋겠다. 쌤하! 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