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라니. 무슨 고민이지, 친구 고민? 가정환경? 공부문제? 하필 어제 친구와 투닥거려상담을 했던 아이라 심장이 덜컹거리는 것 같았다. 공중에 붕 뜬 숟가락을 아무렇지 않은 척 놀리며 애써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뭔데, 무슨 고민인데?"
"이걸 먹어야 될까요, 말아야 될까요? 귀 옆에서 천사랑 악마가 막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발단은 반찬으로 나온 우렁이 무침. 도훈이는 집에서 우렁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는 정성 들여 키우는 건데 반찬으로 나왔으니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생각을 했단다. 원래 반찬을 남기지 않고 식판을 싹싹 비우는 아이이지만 먹는 건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먹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러기엔 눈 앞의 반찬이 너무 맛있어 보였나 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근데 이거는 내가 키우는 게 아니고 다른 데서 온 우렁이니까 먹어도 되지 않을까?"
망설이는 도훈이 옆에서 무심한 얼굴로 밥을 씹던 옆 자리 서진이가 "그럼 먹어~!" 명쾌하게 말했다.
"아, 그래도 내가 키우는 애 친구인데 먹기는 좀 그렇다. 그렇지 않아?"
서진이는 다시 "그럼 반절만 먹어~!"하고 던졌다.
"그건 어차피 먹는 거잖아!" 하며 고민하던 도훈이는 나에게 답을 물었던 것이다.
나도 뭐라고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먹어도 괜찮을지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우렁이를 키우고 있어?" 내가 묻자
"네~ 새끼도 낳았어요!"하고 도훈이가 대답했다.
초등학생들이 돼지를 기르며 겪는 딜레마를 그린 영화 'P짱은 내친구' (출처: DAUM 영화)
내가 '이거 수업시간에 같이 이야기해봐도 좋겠네.' 생각하는 동안 도훈이는 결국 우렁이 무침을 먹었다. 오늘도 식판을 싹 비웠다.
"악마에게 넘어갔군." 내가 말하자 도훈이는 "먹긴 먹었는데 후회돼요."하고 답했다.
"먹고 나니 천사가 돌아왔군." 내가 웃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친구들도 덩달아 쿡쿡댔다.
도훈이는 멋쩍은 듯 헤-하고 미소 지었다.
고민하는 도훈이가 너무 귀여워 웃느라 정신없었던 점심시간, 주헌이가 멀리서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을 안내 방송했다.
"아아, 선생님이 웃느라 밥을 못 드신다. 아니다, 다시 웃음을 참고 젓가락을 들어 멜론을 찍는다. 역시 마지막은 멜론이지~ 웃느라 멜론을 뱉을 것 같다."
어리둥절한 준환이가 "선생님, 왜 웃어요?"하고 묻는다. "너희 존재 자체가 웃겨~" 진심을 가득 담아 답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