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곰 Aug 06. 2020

#4. 00년생이 온다

개성과 자신감,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2월 6일, 오늘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으로 독서모임을 했다.

사실 책 자체가 기업의 7, 80년생 관리자들을 타깃으로 해서 쓰였기 때문에 90년생인 대부분의 모임 사람들은 큰 감흥을 받지는 않았다.

나 역시도 직원으로서의 나, 소비자로서의 나는 이런저런 모습으로 보이겠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을 얻었을 뿐이다. 책에서는 90년대생을 간단한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솔직한 세대로 묘사했다.


오히려 궁금했던 것은 내가 교단에서 만나는 00년대생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고, 유튜브와 틱톡으로 소통하고, 세계화와 다양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옆에서 보면서도 아직 그들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관찰한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다. 그리고 그런 개성을 부모세대보다는 자유롭게 표출하고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편이다. 보호자 상담에서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예의 없게 행동할까 봐 걱정돼요", "융통성이 없고 자기주장이 너무 세서 친구들과 못 어울리지는 않나요?"와 같은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첫째로는 (때론 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허용적인 양육방식이 늘어났고, 보호자가 아이에게 투입하는 자원의 양과 질도 높아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둘째로 일선에서 내가 겪은 바는, 아동학대나 인권침해 사건 등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민원이 잦아지다 보니 섣부른 지도로 복잡한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교사들의 방어적인 성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른이랍시고 어린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면 이제는 훈장님이 아니라 꼰대가 된다. 청소년의 언행을 지도하는 게 어른의 의무이던 시대는 갔다. 오히려 학생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시에 내부에서는 폭발적인 사춘기가 불씨를 기다리며 끓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도 인성교육이나 학생지도에 조심스러워지는 게 당연하다.


방향이야 어떻든 10대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그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견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이해되지 않으면 눈치 보지 않고 물어보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스쿨 미투를 비롯한 학내 성폭력 고발, 그레타 툰베리가 주축이 된 기후변화 방지 운동이 좋은 예다. '눈치'있게 '분위기'를 읽고 윗분들께 '싸바싸바'하는 게 미덕이 배웠던 내 입장에서는 낯설고도 부러운 변화다.

03년생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출처 Greta thunberg channel, Apato project)


또한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90년대생인 나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다채롭게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미디어가 앞장서 그 몫을 톡톡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 자라면서 서서히 휴대폰을 접했던 내 세대와는 다르게 이미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뽀로로와 헤이지니를 보면서 성장했던 아이들이라 컴퓨터보다는 휴대폰을 훨씬 쉽게 다룬다. 인터넷 검색을 시키려면 무진장 머리가 복잡하지만 모바일로는 뚝딱뚝딱 영상을 찍거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카톡에 페메, 인스타그램과 각종 SNS를 자유자재로 쓴다.

라이브로 방송을 하면서 슬라임을 만지며 상황극을 하고, 유튜브에서 반모와 댓글로 친구를 만나는 아이들. 장래희망 1순위가 유튜버, 크리에이터인 시대를 10년 전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정말 신계다.

현장에서 젊은 교사 축에 속함에도 그 애들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출처 취재대행소 왱


아무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애들이랑 지지고 볶아야 할 것이다. " 때는 말이야~ 빨간 티셔츠 입고 온 국민이 월드컵 응원을 했단 말이야~" 아무리 이야기 해봤자 애들은 모를 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3. 너랑 나는 안 만났어도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