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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verback May 27. 2019

시간이 부족하면 물소리를 들어라

시간 관리의 허상, 바쁨의 환상. 조급함부터 다스리자.

내 글은 솔직할 수 있을까.

내 글은 나를 속이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하고 담대한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부족함을 겪는다. 희소성을 의미하는 부족함의 경우 다이아몬드처럼 가치가 상승하지만, 우리가 삶에서 흔히 겪는 부족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수면 시간의 부족, 아침 식사를 걸러 영양소의 부족, 대중교통 안에서 사적 공간의 부족, 직장 내에서 자율성의 부족, 상사로부터 확인 받는 아첨의 부족, 동료를 향한 사랑과 관심의 부족, 문제해결력과 창의성 등 업무 능력의 부족, 성실함의 부족,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도 돈의 부족.


 온갖 부족함은 다 겪는다. 이중에는 인지하지 못하는 부족함도 많다. 방금처럼 언어로 표현해 부족함을 시인하지 않더라도, 마음에 불쾌함이나 불만족함이 있다면 무언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족함은 감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부족함은 미소, 감사와 충만, 풍요로움을 앗아간다. 삶의 행복을 저해하는 결핍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인지하지 못하는 부족함이다. 이 부족함은 아무도 모르게 우리의 기쁨을 빼앗아간다.


 타인에게서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본인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애정 결핍인지, 본인이 만나는 사람마다 애정을 구걸하고 있는지 모르는 듯 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부담을 느껴 떠나갔다. 그는 더 부족해졌다. (역시 사랑을 받는 방법은, 애정을 갈구하지 않는 법뿐이다.)

 내가 가장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은 시간과 돈이다. 늘 시간과 돈이 부족했다. 시간과 돈은 비슷하면서도 상반됐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반면에 돈은 그렇지 않다. 돈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사치스럽게 돈을 낭비해도 풍족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돈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돈이 없어 당장 굶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돈의 부족함은 얼핏 이해가 간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의 부족함은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시간은 왜 부족한가? 나는 시간이 부족했고 마음이 조급했다. 시간이 부족할수록 수면시간을 줄였고 바삐 움직이려 노력했다.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시간 부족을 시간 관리 능력 탓으로 여겼다. 2016년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모든 시간을 기록했다. 10분 단위로 어디에 시간을 소비했는지 노트에 정리했다.


 허투루 보낸 시간은 보이지 않았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도 부족했다. 걸핏하면 밤을 샜다. 학업 팀플 시험 공모전 알바 종교생활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모든 것을 해낼 줄로 믿었다.


 어리석었던 것은 분명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시간이 부족해 수면시간을 줄였다. 수면시간은 오직 나와 관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할 시간이 없어서 이동 중 샌드위치를 먹었다. 일과를 마치고 12시에 들어오면 다른 일을 위해 밤을 샜다. 하루 걸러 날밤 까는 날이 허다했다. 주 3~4일 밤을 새던 것도 1달, 나는 쓰러졌고 입원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던 내가 스스로를 바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매우 부끄러워졌다. 그날 나는 거래처 사장님께 미팅을 잡으려 했다. 약속을 잡는 데 비서에게 어처구니 없는 거절 이유를 들었다.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사장님이 워낙 바쁘셔서요.”
 “그래도 시간이 잠깐 안 되겠습니까?
 “네 죄송합니다. 우리 사장님이 정말 성실하게 사셔서요.”



정말 웃기지 않은가? 바쁘게 사는 사람, 심지어 근면하게 사는 사람이 시간이 부족하다고? 근면하게 사는 사람이 시간을 못 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어불성설이다. 근면하고 바쁘게 살면 오히려 시간이 남지 않을까?


 나의 문제를 타인에게서 발견하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과거 시간이 부족했을 때를 묵상했다. 바쁨의 환상은 부서졌다.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는 이유는, 야망이 크고 하루에 처리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개인의 업무처리 능력이, 시간 관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도 아니다.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내면에서 발견했다.

 단순히 조급함 때문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분들. 긍정 과잉이란 채찍으로 자해하며 자기 착취를 하시는 분들. 이분들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시간 관리’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달콤한 속임수다.


 시간 관리를 추천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루의 시간 지출을 기록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하지 않으시는 분들께 권장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선 ‘내면’을 살펴달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관리,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관리법. 그놈의 성공한 사람들. ‘시간 관리’를 배우려고 하는데, 꼭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관리에 집착한다. 시간 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진정으로 무엇인가 자문한다.


 이전 글에도 언급했다시피, 자신에게 솔직한 대답을 요구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왜 ‘성공한 사람’의 시간관리법이 필요한가? 그것은 우리가 ‘남들처럼’ 성공하기 위해 시간을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시간이 부족하다. 해야 할 일은 많다. 하고 싶은 일은 더 많다. 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성공한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올라가야 한다고, 나도 성공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닐까. 그 기저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선 바쁜 사람들이 성공하기에 나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바쁘게 살아야 하며, 그것이 옳은 삶이고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물질적인 부를 위해 무엇이 우선일까. 외형적 바쁨? 아니다. 심리적인 부가 우선이다. 외적인 부를 위해 마음의 풍요로움이 우선이다. 더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연적이고 논리적인 전후 순서와 차례를 말하는 것이다.


 앞서 주변 사람에게 사랑을 갈구해 사람들을 떠나게 한 사람을 이야기했다. 무엇이든 요구하면 질리는 법이다. 상사가 업무를 지시하면 꾹 참고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진심으로 일을 하게 만드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 사람이 그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Give & Take. 주고 받는다. 먼저 요구하면 역효과를 추구한다. 누군가 나에게 와서 Take & Give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피할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 마음의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법칙이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에게 부가 어떻게 다가오겠는가. 조급함은 ‘참을성이 없어 몹시 급하다’는 의미다. 참을성이 없어 시간이 부족하다, 아니 부족하다고 느낀다. 시간은 부족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나는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어야만 하니까. 부족함은 내적 풍요를 앗아간다. 조바심과 압박감에 젊음이 찌그러진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시간이 부족하신 분이 계시다면, ‘효율적 시간 관리’만이 정답이 아니란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시간 관리도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의 풍요로움을 절대 잃지 않으시길 바란다. 바쁘게 사는 것, 효율적으로 사는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당신의 풍요로움이다. 사실 풍요를 위해 효율적으로 살고 싶은 것이 아니었는가? 주객전도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풍요로워질 준비가 되어 있다. 믿기지 않다면 자연으로 돌아가보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어보자. 물이 졸졸 흐르고 새가 짹짹 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마음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풍요는 물과 새가 주는 것이 아니다. 당신 안에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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