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필연적으로 스스로 묻고 답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다 보니 반복해서 자주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도 그중 하나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다양하겠지만 내 경우 주요 관심사인 '행복'에 대해 자꾸 스스로 묻는다.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아 어중간한 무덤덤한 상태이거나 '그저 그런'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는 애매한 때가 더 많다. 혹은 평상심이라 할 수 있는 평온함일 수도.
다만 혹시라도 지금 불행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우울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전까지 내리막길에 가속이 붙을 수 있으니 방치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금, 나는 행복해 질까?'
11살 초등학생 조카가 학교 생활, 친구 관계, 공부와 학원 스트레스로 사는 게 마음 같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조카 나이의 몇 배를 더 살아왔지만 중년의 이모도 인생 참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매 한 가지이다.
이처럼 살아온 시간과 상관없이 애나 어른이나 힘들다 느낄 때가 꽤 자주 꾸준히 일어난다. 크든 작든 장애물을 마주치고 숱하게 넘어지고 구덩이에 빠져 나오느라 안간힘을 쓰는 등 힘든 순간들 말이다.
나날이 맷집이 늘어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날 만큼 아무렇지 않을 때가 많아졌으나 어느 날엔 까진 무릎이 유난히 아프거나 상처가 생겨 기어이 피를 보기도 하고 충격이 큰 경우 평소와 달리 오래 주저앉아 있을 때가 있다. 아니 다시 일어날 기운조차 없을 만큼 고비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럴 땐 둑이 터지듯 온갖 구정물이 쏟아진다. 아무렇지 않은 척 꾹 눌러 참아왔던 좌절, 불안, 무력감 등 부정적 생각과 감정이 홍수가 된다. 이때 눈물을 흘리든 어떤 식으로든 밖으로 표출해 해소하지 못한다면, 망연자실 방심했다가 휘말리면 큰 일이다. 쳇바퀴 돌듯 어둠과 고통 속에 내달리지 않으려면 당장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나도 안다. 말이 쉽지. 늪처럼 발목이 잡혀 바닥으로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최악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상황에서 평정심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누군가 말했다. 결국 행과 불행은 모두 내 마음속에서 비롯된다고.
일상의 평화를 깨뜨리는 걱정의 대부분은 걱정해봐야 소용없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즉,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라 시간이 흘러 저절로 봉합되게 놔두어야 하거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비롯된 실체가 없는 허상이기 때문. 애초에 자기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은 걱정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니 제외시키고 나면 실제 해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라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면서 나머진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거나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맞춰 대응해나가면 될 일. 미리부터 걱정거리를 만들어 스스로 불안과 초조 속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그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막연하고 쓸데없는 걱정이 덩치를 키워 마침내 내 마음과 기분이 어둡고 습하다면, 주저 말고 가능한 빠르게 기분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떠올리기만 해도 금세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에 대해.
무수히 스쳐 지나간 기억들 속에서 나를 기쁨과 즐거움으로 곧장 이끌어줄 <행복의 마중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하나 둘 떠오르는 것들이 스파크처럼 환하게 타올랐다 사그라들기 전에 붙잡아두고 싶었다. 시간을 내어 찬찬히 곱씹어가며 적어 내려 간 목록들은 당장 실행할 수도 있고 나중에 다시 보고 머릿속으로 재생시켜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생각보다 행복해지기가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목록들을 일기장에 적어놓고 매일 아침이나 특별히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소리 내어 읽으면 효과는 배가 된다. 내 귀로 직접 듣는 순간 떠오르는 행복한 기억과 고양감으로 심신에 일어나는 효과는 즉각적이고 놀랍다. 꼭 해보길 추천한다.
이 글을 보고 동참한다면 행복의 마중물 목록 개수에 제한을 두지 말고 떠오르는 대로 브레인스토밍 하듯 적어 보길 바란다. 이런 것도 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찮다고 생각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해서 가능한 많이 적는데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내 경우 핸드폰 사진 폴더에 저장된 사진 몇 장이 치트키처럼 100% 확률로 보는 즉시 웃음이 터져 나오게 만든다. 또는 긴장완화를 위한 손가락 체조(?)를 하는 등 나만의 작은 앵커링 수단들을 적어두어도 좋다. 보는 즉시 연상작용을 통해 직접 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감각과 기억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
한 번에 다 적고 잊어버리기보단 생각날 때마다 추가해서 앞으로도 계속 목록을 늘려나가길 당부하고 싶다.
그렇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이 행복의 크기를 키우듯 늘어나길 바란다. 행복은 살아가는 동안 계속 업데이트해나가야 하니까.
<행복의 마중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들>
1. 일단 잠자기. 따뜻한 물에 목욕 또는 샤워하고 자면 더 효과적. 따뜻한 물에 노곤 노곤한 상태에서 바로 꿀잠 잘 수 있다면 피로 해소와 기분전환뿐 아니라 잠들기 직전까지 나를 괴롭게 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재충전하고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해결 문제나 과제에 대해 자는 동안에도 뇌가 계속 정리, 통합 등 무의식 중에도 계속 일을 해서 자고 난 뒤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사례가 많다고 뇌과학자들이 연구로 밝혀냈다. 그러니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막혀 제자리걸음일 때 과감히 자는 것도 좋다.
2. 가까운 공원에서 산책하며 걷기. 이건 누구에게나 즉시 효과를 발휘한다. 만약 주변에 공원 같은 장소가 없다면 동네 마실 나간다 생각하고 골목길 탐방하면서 산책 겸 걷기로 기분 전환하길 권하고 싶다.
3. 좋은 사람들과 친밀감 나누기. 가족, 친구, 지인 등 뭔가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거나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다. 가족이라면 당장 안아주기와 같은 스킨십만으로도 은은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안아주기는 동시에 둘 다 면역력 강화 효과를 본다 하니 아낌없이 프리허그라도 시도해 보자:) 친구와 만나서 웃는 얼굴 보기, 내 말 들어주는 상대방 리액션 구경하기도 좋은 방법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화 통화로 즉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금세 행복해진다. 만약 반려동물이 있다면 쓰다듬고 품에 가득 안아보는 접촉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 심리학자가 말했다. 행복해지기 가장 손쉬운 방법 중 제일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라고. 그러니 좋은 사람들과 맛집 요리 함께 나누기, 디저트 맛집 탐방부터 시작해 봄이 어떨까?
4. 새로운 것, 흥미 있고 관심 가는 것에 대해 시도하고 공부해 보기. 최근 영상편집에 재미를 들여 유튜브 등을 통해 다양한 선생님에게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온오프라인에서 무료 교육 등 정보가 넘쳐난다. 관심만 있다면 약간의 시간만 투자해도 양질의 교육이나 강의, 동영상 등을 찾아낼 수 있고 온라인이라 유료 강의도 부담스럽지 않다. 작은 관심사라도 발전시키고 성장하는 걸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럽고 기쁘다.
5.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 음악, 공연 등을 향유(시간, 친구, 여유로운 마음과 약간의 돈. 이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 언택트 시대라 온라인으로도 모두 가능)할 수 있어 즐겁고 신난다.
6.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 완수하기. 욕심을 버리고 실행 가능하게 쪼갠 작은 목표나 계획, 루틴을 완료했을 때 성취감과 만족감이 쌓이면 할 수 있는 깜냥의 크기가 점점 커진다. 이를테면 아침에 이불 개기처럼 시간도 에너지도 덜 들면서 하고 나면 뿌듯한 일들 말이다.
7. 스스로 행운아라고 믿기. 인복이 있어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일이 잘 풀린다고 무작정 믿으니 곧장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일을 대함에 있어 용기와 희망이 샘솟는다. 긍정적 마음먹기도 연습이 필요하다.
8. 이룬 것들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 곱씹기. 하고자 마음먹으면 꼭 이룰 수 있다는 믿음과 마음가짐, 뭐든 하면 열심히 할 거니까 잘 해낼 거라고 자신을 믿는 마음 강화시킬 수 있다. 내 경우 버킷리스트를 매년 꾸준히 다시 적고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얼렁뚱땅 대학원 졸업, 백두산 천지 보기, 어학연수 및 장기 해외여행, oo자격증 취득, 악기 연주, 영어로 수다 떨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기, 브런치 북 발행, 구독자 x만 크리에이터 되기 등등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계속 방법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보니 차근차근 이루어가는 중이다. 계속된 시행착오와 계획 수정을 통해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 결국은 해내리라 믿게 되었고 계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9. 나의 강점 적거나 떠올려 셀프 응원하기(수첩 등에 적어두고 자존감 떨어질 때마다 상기하기)
선의, 진실함, 측은지심, 양보할 줄 앎
직관, 육감이 뛰어나 통찰, 순발력, 유연성, 임기응변 등이 강점이고 실전에 강함
세상과 타인에 대해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열린 마음, 수평적 관계 선호해 격의 없음, 정의, 공평 등 중요시함
새 친구 사귀기에 능함(호감 가는 순한 인상과 편안하고 유머가 있어 타인의 호의를 쉽게 얻는 편)
잘 못하면 반성하고 먼저 사과할 줄 앎
지금&여기(Here&Now) 현재에 집중하며 즐거움을 찾을 줄 앎. 순간을 영원처럼, 영원을 순간처럼 살아가고자 함.
10. 덜 소유하고 덜 쓰려고 노력하기. 결국 사라져 버리는 돈이나 물질에 연연하기보다 기억, 생각,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정 등 사라지지 않고 쉽게 빼앗기지 않을 것들을 소중히 여기려고 하다 보면 '소유'와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집착하는 대상에 대해 생각과 기분을 환기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며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내 경우, 당장 멀리 여행을 떠나거나 끝이 왔을 때를 대비해 배낭 하나에 들어갈 정도만 빼고 나머지 물건들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11. 하는 즉시 즐거워질 수 있는 나만의 비법 실행하기. 바닐라라테로 달콤 씁쓸함 충전하기, 여행 기억 떠올리기, 귀요미 조카 틱톡 영상 염탐하기, SNS 웃긴 글과 영상 보기, 덕질하는 최애 사진&영상 보거나 편집하기, 그네 타기, 동네 산책(편의점 쇼핑), 자전거 타기, 도서관 지정석(?)에 앉기, 지나가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되돌아오기 등등 소확행 목록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12. 노래하기. 집에서 노래방 앱 애용, 가끔 춤이라 말하고 싶으나 몸으로 리듬 타면서 나 홀로 흥겹게 논다.
13. 드럼 연습하기. 내킬 때 드럼 스틱을 휘두르며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박자감 성장 중.
14. 앞으로 더 늘어날 기타 등등.............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님............... 목록은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