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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Apr 25. 2022

전하지 못한 진심

당연시하면 안되는 것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과 감사 표현하기. 출처: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둘째 이모가 수술을 했다. 요리사였던 이모에게 주어진 직업병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주방에서 손으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무거운 주방도구를 다루며 얻게 된 손가락 통증이었다. 요리사가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숙명처럼 받아들여 참기만 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몇 년 동안 증세가 악화되었다. 최근엔 거의 왼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해 결국 수술을 받게 된 것.


왜 그리 오래 방치했느냐 다그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사실 모든 건 결국 밥벌이이기 때문.


60대의 이모는 150도 안 되는 작은 키에 여장부 같은 시원시원하고 리더십 있는 매력 넘치는 인싸(인기인)이다. 혼자가 되어 자유부인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생계를 위해 잠시 쉴 틈 없이 고단하게 살아오느라 수술이 많이 미뤄진 것이리라. 결국 요리사로서의 일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계기로 이모는 새로운 자격증도 따고 제2의 직업과 인생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다행이다. 전화위복이 되길 바랄 뿐.


이제라도 수술해서 다행이고 무엇보다 수술 결과가 좋다는 담당의 말에 안심하는 이모를 보니 막연한 걱정까지 날아가는 듯했다. 이모가 자유롭고 섬세하게 손을 사용하던 예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순 없어도 통증에서 해방되어 다행이다.


수술한 왼 손은 한 동안 쓰지 않고 회복에 집중해야 하니 큰 언니인 엄마의 부름으로 둘째 이모가 논산에 다. 당연히 현재 이모가 모시고 있던 외할머니도 세트처럼 함께 왔다.


평소 엄마와 나 둘이서 고즈넉하게 지내던 집에 식구가 2명 늘었을 뿐인데 북적북적 집이 꽉 차게 느껴진다. 우리 집은 방이 2개에 거실이 꽤 넓은 구조라 외할머니와 내가 방과 침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엄마와 이모가 거실서 함께 자기로 했다.


외할머니, 엄마, 이모 그리고 나 이렇게 넷이 함께 있으니 집 온도가 1도는 올라간 듯 안온하다. 어쩌면 가족이란 그런 거 같다. 존재만으로 든든하고 안심이 되기에 삶의 의미도 추가되고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뭐라도 해 볼 힘과 에너지를 얻게 되는 듯하다. 가족의 존재 자체만으로 그러하다.


누군가 말했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당연하게 주어진 애정과 보살핌이 공기처럼 느껴져서 소중한 존재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른다고. 결국 숨 막혀봐야 비로소 공기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듯 소중한 존재의 부재 시에서야 겨우 알아차린다. 어쩌면 최악의 경우 영영 상실하고 나서야 뒤늦게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후회와 회한 속에 몸부림치기도 한다.


우스운 건 없다가 새로 생긴 것들은 소중히 여긴다. 심지어 마트에서 공짜로 받은 장바구니도 유용하게 잘 쓰면 애착이 간다.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아낀다.


반면 진짜 소중한 것들은 홀대한다. 주객이 전도됐다. 소유하게 된 새로운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진짜 소중한 존재를 고맙게 여기기보다 당연시하고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게 물건이 아닌 사람이라면 처절한 후회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 사람이 나를 배려하고 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선의, 호감과 배려는 당연하지 않다. 마음의 빚을 진 것이다.


너무 늦기 전에, 영영 잃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우리는 진짜 소중한 것들을 알아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건 없으니까. 우리들, 생명 가진 모든 것 포함 무생물조차도 언젠가 형체도 없이 흩어져 사라질 터이니.


아직도 내 곁에 소중한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당연시하지 말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소중하다고 그리고 한 없이 사랑한다고 전해보자. 드는 일도 아닌데 말이라도 인색하지 말자. 


어쩌면 그 따뜻한 한 마디부터 시작될 것이다. 사랑과 감사를 주고받으며 행복을 키워갈 소중한 존재 자체로서 충만함을 느끼는 진짜 인생의 아름다움 말이다.

영어 문장 중에 좋아하는 표현이 있다. 미드 등에서 수시로 나오고 유용하게 쓸 데가 많다.

take (someone/something) for granted '무언가/누군가를 당연시 여기다' 정도 되겠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사람 또는 사물의 존재를 감사한 마음 없이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당연하게 여긴다'의 뜻이다.

예시로, I think you take me for granted. (내 생각에 너는 내게 감사하지 않고 당연시 여겨)
*소중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이런 말을 듣지 않도록 미리미리 사랑과 감사를 충분히 표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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