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이 늘 미덕은 아니었다
26년 1월 5일 저녁 06시 34분
새해 첫 시작처럼 느껴지는 5일이다. 벌써 5일이나 지났다. 이제 나도 나이 들어 익어가는지 시간의 속도가 점점 빠르게 느껴진다. 떡국 먹으면 한 살 는다는 말에 두 그릇씩 먹던 어릴 때가 떠오른다. 왜 그때는 그렇게 빨리 나이가 먹고 싶었는지.
마트에 갔더니 ‘거꾸로 나이 먹는 떡국’ 이란 상호의 제품을 보았다. 누가 이런 기막힌 이름을 지었는지, 정말 세상엔 천재가 많다. 저 떡국 사 먹으면 어릴 때와는 반대로 나이를 천천히 먹게 될까? 혈당쇼크가 염려되지만 ‘두 그릇 먹어 볼까’ 살짝 고민했다.
열심히 살아왔다. 물론 젊었을 때 어렸을 때 ‘시간부자’ 처럼도 살아왔다. 그러다 군대 갔다 오고 이제 제법 철들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쯤부터는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140학점이면 졸업이수가 되었는데, 등록금 낸 게 아까워서 4학년 2학기에도 18학점 이상을 들었다. 졸업할 때 이수한 학점이 153학점인가 되었다. 방학 때도 일부과목 수강도 해가면서 참 혼자 열심히도 살아왔다.
열심히 살면 모두가 인정해 주고 보상도 해주는 줄 알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 스스로 만족함을 넘어 남들도 너 열심히 했다며, 너는 이 정도 보상은 받아도 된다 해줄지 알았다. 그러나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아니 바보 같은 나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았다. 매번 고과를 받을 때 ‘굳이 이런 걸 어필해야 하나?’ 일일 업무 작성 할 때 ‘매일 루틴인데 이런 걸 보고 해야 하나’ 혼자 물어보고 판단을 내리며, 어필을 생략하고 지루한 일상은 간소화시켜 보고를 했더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별 중요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필도 잘하고 별 중요한 거 하는 거 같지 않은데 장황하게 일일 보고 하는 동료는 인정을 받고 고과도 잘 받았다. 한두 번 이런 일을 겪어보니, ‘내가 자기 PR에 약하구나, 뭘 좀 어필하려고 하니 부끄럽고, 손발이 오그라들어 잘 못하는구나’를 알게 되었다. 이런 부류는 사회생활에 바닥을 깔아주는 지푸라기처럼 언제나 밑에서 밟히고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된다. 그러면서 왜 나는 위로 올라가지 못하냐며 푸념만 하는. 나 같은 류의 사람이 되고 말 것 말 것이다.
자기 PR 잘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나를 알려야 한다. 가만히 앉아 '남이 알아주겠지'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남들이 알 수도 있다. 하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의 관계가 된다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하거나, 아니면 이런 나를 고마워할 수 있다. 왜 바닥을 깔아주는 고마운 동료니까.
가늘고 길게 가려면 나처럼 해야 할 수도 있는데, 요즘은 중간에 나 같은 부류는 도태될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한다. 절대 부끄러워하지 마라. 내가 한 것을 100% 했으면 100% 했다고 자신 있게 어필해라. 10%는 A가 도와주고 5%는 B가 도와줘서 '저는 85%가 제가 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지 마라. 네가 했으면 네가 100% 한 거다. A나 B도 분명 네가 도와준 부분이 있어 일정 부분 너 지분이 있을 수 있지만, 100% 자기 지분임을 주장할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남의 눈치 보며, 겸손을 겸비한 채 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리 살아보니 남는 건 좋은 동료들과 쓸쓸한 직책에 저렴한 연봉이 선물로 돌아온다. 물론 내가 잘 못 살아서 그런 선물을 맞이한 것일 수도 있다.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자기 PR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겸손은 미덕이지만 과하면 손해가 된다. 유념하자.
며칠 전 예전 직장 인사발표가 나서 뉴스에서 보았더니, 아니 매번 나간다고 소리치고, 후배들 갈궈서 퇴사시키던 사람이 임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좋은 놈보다는 나쁜 놈? 이 임원이 먼저 된다는 사실을. 겸손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먼저 임원을 달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모든 임원을 욕하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라. (이번에 임원 되었다고 한 그분에 한해서 나의 경험을 말한 것이니)
오늘도 글의 흐름이 참으로 여러 번 굽이쳐 흐른다. 어디로 갈지 어디에 부딪힐지 모르는 이런 난해한 전개에 미안합니다.
갑자기 오늘 나를 돌아보며, 올해는 자기 PR을 많이 해야지, 절대 소극적으로 겸손한 척 가만히 있지 않을 거란 다짐을 쓴 글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런 다짐 나에게 필요하다.
모두 너무 겸손해지지 맙시다. 우리의 겸손을 먹이 삼아 덜 겸손한 놈들이 우리의 희망을 조금씩 가져갈지도 모르니.
올해는 모두 작년보다 더 즐겁고 행복하고 자기 PR을 잘하길 기원하며. 겸손은 적당히~ 자기 PR을 풍성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