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올라간 시계 배속

주말엔 더 빠르죠. 다들 그렇죠?

by 시쓰남

26년 1월 26일 오후 06시 25분


26년 새해 1월의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되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1월이 인사를 하고 떠나가려 한다. 나이 들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더니, 어느덧 나에게도 이런 시기가 왔나 보다. 어릴 때는 하루라도 빨리 한 살을 더 먹기 위해, 천천히 가는 시간을 어떻게는 빨리 가라고 재촉하기 위해, 무려 떡국을 두 그릇씩 먹었는데. 이제는 뭐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둬도 시간이 알아서 빨리빨리 지나간다. 지금 이 시간도 나중에 나이 들어 뒤돌아보면 천천히 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 날이 곧 올지 모른다.


1월의 새 아침도 이제 5일밖에 남지 않았다. 5일 후면 2월이라는 새로운 달이 우리를 맞이해 줄 것이다. 2월 말쯤 되면 3월을 기다릴 것이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봄꽃을 생각할 것이다. 봄이 오면 싱그런 새싹과 살짝 찬듯한 바람을 느끼며, 두꺼운 옷들은 차곡차곡 옷장에 들어갈 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놀러 와서 추운 겨울을 그리워하게 우리를 더위로 괴롭혀 줄 것이다. 더위와 장마와 습도가 한동안 기승을 부리고 나면 서서히 서늘한 바람을 그리워하게 되고, 그러면 시간 맞추어(요즘은 좀 늦게 오는 것 같던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쫓아낼 것이다. 이런 잠깐의 가을과 만나 행복해 지려하면, 너희에게는 그렇게 행복할 시간을 나눌 시간이 없다고 하듯, 겨울 동장군이 찾아와 모두를 얼려버리고 그러다 보면 또 한 해가 지나가 새해가 온다.


우리나라가 사시사철 계절이 바뀌니 시간 가는 게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한때 필리핀에서 4개월 정도 이상 보낸 적이 있는데, 매번 똑같은 더위에, 똑같은 하늘, 똑같은 옷으로 살아서 계절의 바뀜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달력을 보고 이렇게 시간이 지났구나만 수동적으로 느낄 뿐 시간 흐름의 체험은 별로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곳에도 때에 맞게 온도 변화가 있고, 날씨가 변했을지 모르지만, 4개월 정도만 잠깐 맛보고 온 나에게는 항상 덥고, 매일매일이 비슷했다. 그러다 달력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하면서, 귀국할 날짜가 머지않았음을 반가워도 했고, 아쉬워도 했었다.


시간이 흘러간다. 가만히 앉아 하늘을 보면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시간이 흐르고 있구나'를 느끼곤 했다. 강물이 흐르고 파도가 치는 걸 보면서도 시간이 흐르고 있구나 했다. 요즘은 시곗바늘만 봐도 시간이 흐른다는 걸 알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흐른다는 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상이다. 다들 평일보다 주말이 훨씬 빨리 지나감을 알 것이다. 이건 누구에게나 공통된 현상이다. 왜 주말은 평일보다 빨리 지나갈까? 물론 주말에 가끔 낮잠도 자고 늦잠도 자고 해서 움직이는 시간이 줄긴 한 건 맞는데, 평일보다 조금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건 그냥 느낌적인 느낌일까? 최소 1.2배속 정도로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다. 힘든 시간은 0.5배속으로 더욱 느린 것 같고.

운동하려고 1분을 프랭크자세를 취하려고 하면 그렇게 1분이 긴 시간인가 되물어본다. 시계를 보지 않고는 도저히 1분 견디기가 쉽지 않아 처음부터 타이머를 켜고 1분 되기를 기다린다. 그러면 1분이 되자마자 자세를 풀며, 1분 동안 운동한 나를 칭찬한다. ‘1분’ 이 뭐 대단한 시간이라고, 단 60초 그런 자세로(올바른 자세도 아닌데) 있었다고 금방 건강해지고 근육생기고, 코어 생기는 것도 아닌데, 1 분했다면 내 몸 구석구석을 칭찬한다.


벌써 오늘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낮에는 지겨워 시간이 잠시 안 가는 듯하다, 갑자기 다른 업무를 챙기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멍 때리 자니 천천히 가고 뭐에 집중하자니 훌쩍 지나가고. 이게 정상이겠지. 멍 때리고 있는데 시간마저 훌쩍 가면 그 얼마나 속이 상할까? 멍 때릴 때 만이라도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음을 감사해야겠다.


점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 조금씩 더, 아무도 모르게 한 발짝씩 더, 앞으로 더, 빨라지겠지. 그런 시간에 여유를 느끼고, 더 느긋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너무 빠르게 하려 하지 말고, 늦었다고 재촉하지 않은 이런 삶을 살아봐야 할 것 같은데 태생적으로 우리는 이게 어려울까? ‘빨리빨리’가 몸에 배어서 뭐든 빨리 하고 생도 빨리 마감하려고 하진 않겠지. 갑자기 너무 훅 들어왔네.

지금 나의 시계 배속이 빨라짐을 느껴서 하소연해 봅니다. 누가 그 배속 조절할 줄 아시는 분 있으며 공유 한번 부탁드려 봅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24화5000P의 아침, 씨앗 없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