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포자로 살았고, 지금은 다시 배우는 중이다.

수학을 잘하고 싶습니다.

by 시쓰남

26년 2월 11일 오후 06시 00분


퇴사 관련 두어 차례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은 내가 원하는 날짜로 협의가 완료되었다. 인사 관련 담당자라면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인데 일부러 그런 것인지 몰라서 그런 것인지는 나를 제외한 담당자들만 알터이다. 이럴 때 보면 어떻게든 챙겨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쨌거나 뭘 덜 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이번의 경험은 후자였다.

그런데 당연한(?) 협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퇴사일정을 통보하는 건 리스크가 있는 건데 왜 그렇게 했는지는… 이게 이 회사의 관행일 수도 있고.


요즘 들어 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명분을 몰랐고, 왜 저 공식을 외워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공식들이 우리 삶에 어느 부분에 쓰이는지 몰라서 쓸데없는 학문이라 혼자 단정해 버렸다. 사칙연산 정도만 알면 살아가는데 큰 무리는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내 삶의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미분적분의 원리들을 보며, ‘이래서 수학을 공부하는구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분 적분을 풀지는 못한다. 대략 이런 개념이 어디에 쓰이는지 어렴풋이 감이 잡힐 뿐이다. 수업시간에 이런 실 예시라도 들어주면서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미적분을 배운다고 해주신 선생님이 한분이라도 계셨다면, 내가 좀 더 열의를 가지고 수학을 했을 리… 없다. 요즘 아들 녀석이 공부하는 중2 함수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이 함수와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나의 중 2 시절로 돌아간 것 같고, 그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왜 선생님은 매번 큰 삼각자 들고 다니시면서 칠판에 그렇게 그래프를 그리셨는지 그 노고를 알지 못했다. X절편과 Y절편을 연결하면 직선이 되고, y=ax+b라는 걸 보며 a는 기울기이고 b는 y절편 값이라는 것을 이제야 이해한다. 이걸 지금이라도 이해한다는 게 참 대단? 하다.

그때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원리와 개념이 뭔 소린지도 모르겠고, 수업시간에 제발 문제풀이 시킬 때 나만 빼고 시켜달라고 하며, 그 순간이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기억이 떠오를 뿐이다. 수학시간에 문제풀이 시간은 고등학교 가서 까지 나에게 제일 어려운 시간이었다. 나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수포자였으니까. 그래도 화학, 물리 문제는 수학과는 달리 풀었는데, 그때마다 선생님이 수학을 못하는데 저런 건 어찌 푸냐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하셨다. 아마 그건 실생활에 쓰이냐 유무 아니었겠나? 고층에서 물건이 떨어질 때 그 물건이 얼마만큼의 힘으로 변하는지? 화학반응식등은 결국 우리 일상과 연결되는 것들이니 수학보다는 좀 더 열의를 가지고 학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늘도 절편을 공부하고 그래프 기울기 등을 공부하며 문제를 풀고 답도 맞춰보며 제법 풀어 답도 맞추는 걸 보며 혼자 흐뭇해하고 있다. 고등교육 졸업한 사람이 중2 함수 관련 문제를 풀면서 이렇게 흐뭇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인가? 조금 부끄러워야 할거 같 같은데. 근데 문제 풀어 답을 맞히니 기분은 좋다.


공부하다 보니 세상이 정말 좋아진 게, 문제를 풀다 막혔는데 답안을 봐도 풀이가 없고 답만 있다. 그래서 문제를 gpt한테 물어보니 상세히 풀이과정을 설명해 준다. 심지어 그래프도 그려주면서 설명을 한다. 우와 예전 같았으면 공부 잘하는 친구한테 들고 가서 어떻게 푸냐고 물어보며, 이해가 잘 안 돼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 것인데, 이놈의 인공지능은 아주 설명을 잘해줘서 이해를 못 하면 내가 바보로 보일정도다. 문제 풀다 모르겠으면 이제 바로 똑똑한 친구 gpt에게 바로바로 물어보면서 설명을 해달라고 해야겠다. 요즘 공부하기 참 쉬워진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수학은 확실하다.

난 고2 중간부터 수학공부를 안 한 것 같다. 아니 안 했다. 아무리 정석을 펴고, 공식을 외워보고 문제를 풀려고 해도 거부반응이 심하게 몰려왔다.(시간낭비라 느꼈다.) 그와 반대로 수리영역 2 과목들은 재미가 있어서 다들 수학공부한다고 할 때 나는 그 시간에 사탐과탐을 더 했고 그래서 제법 의미 있는 등수도 받기까지 했다. 아마도 문과체질이었나 보다. 그런데 이과에 가서 앉아 있으니 친구들 등수 올려주는 밑바닥 디딤돌 같은 존재가 되지 않았겠나. 나를 밟고 올라서라. 나는 이미 늦었으니. 내 전공도, 직업도 이과와는 좀 거리가 있는 오히려 상경계열과는 좀 가까운 게 다 이런 연유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적성검사 할 때 문과 이과 50%씩 나와서 나는 둘 중 뭐를 잘할 수 있다고 할 수가 없었다. 어정쩡한 사람. 중간자. 문과에 갔어도 특별히 하지 않았을 거지만 이과에서 수학을 포기하며 생활을 했다는 게 참 배포 있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이수단위도 커서 성적 엄청 떨어지는데, 그런데도 과감히 포기. 수많은 친구들의 디딤돌이 되어 나는 지금 더 단단해진 게 아닌가. 이 디딤돌이 이제 다시 수학공부를 해 보려 한다. 이거 해서 뭐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모르는데, 수능을 다시 볼 것도 아니고, 근데 다시 수학을 공부하고 멋있게 미적분도 착착 풀고 싶다.

아니면 일차 함수까지라도…


아들이 요즘 이 부분을 공부하고 있던데 너나 나나 이 부분은 잘 모르니 서로 도움주며 공부했으면 좋겠다. 모르면 내가 더 쪽팔리지, 너야 배우는 중이니 본전 아니겠냐.

우리 서로 같이 공부하며 절대 수포자는 되지 말자.

내가 수포자로 살아봐서 아는데… 기회의 문을 일부러 좁게 만들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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