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고민

소년이 생각하는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의 모습

by 미방

오늘은 어쩐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유난히 더 조용하고 더 고독한 날이었어.

같이 일하는 직원이 몸살로 일찍 조퇴를 해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혼자가 되었어.


혼자 또 열심히, 그리고 설렁설렁 강의를 듣고 있는데 고삼이라는 직업을 가진 소년이 연락을 해 왔다.

" 오늘 카페 방문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

일이 끝날 시간 즈음 소년이 찾아오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어.



소년은 왠지 고민이 많아 보였어. 수험생이라는 신분 때문인지 잘생긴 얼굴에는 트러블이 올라와 있었어. 피곤했구나, 힘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내가 굉장히 아끼는 동생인데, 얼굴에서부터 지침과 힘들이 보이니까 괜스레 걱정이 되었었지.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간 소년이 교회에서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얘기해 주더라고. 자신의 표정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했대. 그래서 사람들이 날 불편해하는구나 라고 느끼니까 서운하면서 그 장소에 가길 꺼려지게 되더래.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확산이 되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조금 두렵고 불편해지더래. 그리고는 거울을 보면서 매일 그런 생각을 한대. '그렇지.. 이런 얼굴이니까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사람들이 싫어할만한 얼굴이야'.



이건 나도 그런데 ㅎㅎ

나는 주변 사람들을 엄청나게 의식해.

거의 내가 행동하고 말하고 의식하는 것들이 주변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기반으로 움직이지. 그래서 그런지 늘 사람들을 만나는 게 피곤하고 고단한 일이지.

중요한 건 그렇게 사람들을 의식하는 것들이 나랑 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야.

나랑 친하지 않으면 신경 쓰지도 않아 ㅎㅎ

그냥 일단 내뱉지

거침없어.


근데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잘 안 되는 거지.

나는 그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하니까.
좋은 사람으로 기억돼야 하니까.

근데 그 소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 같더라고.



물론 항상 웃고 선한 인상에 사람들이 친하게 생각하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건 좋은 거야.

그게 나쁘다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단지 그 행동들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를 물어보고 싶었어. (실제로 물어보고 소년은 어렵다고 대답을 못했지만 ㅡㅡ)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표정으로 있지 말라고 해서, 혹은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고 예민하게 굴었다고 해서 너 자신을 바꿀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론 소년이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뭔가 인상을 쓰고 있는 느낌이야. 어찌 보면 화가 나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평소에 웃고 있고 선한 인상이면 나중에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보이겠지... 그렇게 해서 자신을 포장하고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으면 그건 그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없어지지 않을까?


흔히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뭐냐고 물어보면 '인간관계'라고 대답하는 거 같아. 그만큼 인간관계라는 게 보통이 아니고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얘기인 거 같아.


그렇게 보통이 아닌 일을 소년이 감당하려고 하니까 당연히 힘들어했던 거 같아.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고 아무리 위로를 해줘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제삼자가 해결해주는 건 어려운 문제인 거 같아. 그 소년도 그걸 충분히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고. 단지 당시에 상대방이 마음이 어려워 보이니까 고민이라도 들어주고 싶었고, 상대방은 어려운 마음에 까칠하게 대했던 것이 소년에게는 상처가 되어서 다시 다른 어려움을 만들어 냈다는 거, 그리고 그 소년은 자신을 때리고 (속으로) 깎아내리는 시간을 겪은 거지.


그냥 이 시간을 통해서 소년이 한층 성장하길 바라야지.



식사가 끝날 즈음 소년이 주섬주섬 가방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냈어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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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 귀여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생일인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2주나 지났지만) 꼬깃꼬깃 적은 종이를 원두랑 함께 작은 병에 담아가지고 줬어.

ㅎㅎㅎㅎㅎ소년은 소년인지 내용도 (아주) 단출하고 심지어 샤프로 쓴 듯.

그래도 조금 더 나아 보이려고 열심히 꾸미고 노력한(?) 모습이 귀엽다. ㅎ 귀여워.

'생일 축하형''생일 축하해, 형' 하려는 거 자리가 부족한 거 같으니까 이렇게 쓴 거 같지...?

아마 그럴 거야... 아니어도 그런 거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엽네. 내가 이래서 소년을 안 아끼려야 안 아낄 수가 없습니다ㅎㅎ


자기 마음도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정성 들여준 모습이 정말로 고마워.ㅎ

나중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