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나의 마음, 너의 마음, 모두의 마음

by 미방

비가 온다. 주룩주룩 오는 게 아주 촉촉하다.

작년에 있었던 가뭄이 있었던 일 이었냐고 할 만큼 요즘은 비가 자주 온다.

비가 와서 옷이 젖고 신발이 젖는 건 싫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 내 기분도 덕분에 감성 감성 노선을 걷고 있어.


봄에 오는 비는 유난히 지난날의 추억들을 떠올리기 좋은 날 같아.

예전에 내가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끝나고 말아.ㅎㅎ

지금도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학생일 시절에는 정말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였어. 그게 굉장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도 있긴 했었는데, 어쨌든 나는 정말 소극적인 아이였어.


딱히 외부활동이나 운동을 하던 성격이 아니어서 집이나 학원, 독서실에서 가만히 앉아서

비가 오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이 촉촉해져서 괜히

슬픈 노래 한 번 더 듣고

슬픈 드라마 한 번 더 보고

그리고는 싸이월드에 평소에는 말도 못 할만한 그런 일들을 주절주절 적어놓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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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자신의 감정을 적는 일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의 감정을 적는 일이 부끄럽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 되어버렸어. 아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감정을 내비치면 안 된다고 느껴서 그런 거일지도 몰라. 요즘 시대는 강해 보여야 하고 얕보이면 그 순간부터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힘들고 아픔을 보이지 않고 밝은 면만 보이지.

나도 여전히 그런 사람이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어떠한 글을 올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한 몫하는 거 같기도 해. 밝은 얘기, 즐거운 얘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기뻐해 주는데, 우울하고 힘든 얘기는 사람들이 댓글도 잘 달지 않지.

생각해보면 힘들고 어려운 얘기에는 어떻게 말을 달아야 한지, 그런 힘들고 어려운 얘기에 '좋아요' 누르기도 어려우니까 반응이 적은 게 당연한데도 말이지, 사람들은 그런 상황을 보고 더 이상 어렵고 힘든 일들을 잘 적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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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내는 거 같아서 정작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가지는 잘 알지 못해. 그나마도 나는 교회에서 '모임'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에게 마음을 얘기하곤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럴 기회조차 많이 없다고 생각해. 술의 힘을 빌어서 겨우겨우 얘기한다고 해서 다음날이면 술기운에 모든 기억들과 추억들이 리셋되는 세상에서 내 마음을 정말 잘 알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봐.


예전에 한 핸드폰 회사에서 'Talk Play Love'라는 문구로 광고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왔던 뮤직비디오를 보면 사람들이 감정이 없더이다. 아무런 생각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정해진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지금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딱 그렇게 살지 않나 생각이 들어.


정말 진짜 삶 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말하고, 놀고, 사랑하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몰라.


그렇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 오늘도 'Talk'하고 'Play'하고 'Love'하는 삶을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