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가는 길은
바다가 있는 저녁에
창문을 열면 바다가 있는 곳에서 살아본 사람은 그 감정이 뭔지 안다. 여름에 한두 번 바다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그 감정을. 한참 숨이 막혀서 심장에 구멍을 내고 싶었을 때, 넓은 바다에 한 번 다녀오면 목 끝까지 차오르는 바닷물을 느낄 수 있었다. 숨이 막혀서 죽고 싶었는데도 깊고 짙은 바다를 보면 그 생각이 저 멀리 등대 불빛을 따라 떠내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에 실패해도, 화가 머리끝까지 나도,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았을 때도 바다는 그 자리에 있었다. 바다는 물일 뿐이고 그 자리에 있을 뿐이어서 고요할 것 같지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자기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크게 치는 파도에 떠밀려온 작은 물방울들은 집까지 함께 가주기도 한다.
살아온 시간 내내 내 곁에 바다가 없었던 적은 없다. 늘 바다는 내 곁에 있었기에 처음으로 바다 없는 시간을 보내던 지난해에 푸른 바다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세 시간은 족히 시외버스를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헤매야 갈 수 있었던 바다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고 집에 있는 나흘은 이래저래 사람들 만나느라 바다가 그리울 새가 없었다. 평생을 지내던 곳을 떠난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익숙했던 것을 잊는 것, 돌아오면 날 기억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느라 막상 날 기다리는 이들은 잊는 것. 다시 돌아가는 길에 아, 하며 생각나는 일들이 많고 늘 한 줌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것인 것 같다. 날 키운 바다도 잊고 어머니도 뒤로하고 떠나는 길은 늘 한가득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