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과 뉴욕에 오게 된 경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목요일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펜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는 게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별다른 시간표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는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을 많이도 찾았습니다. 이제 겨우 성인이면서 할 수 있는 건 얼마나 많은지, 여기저기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좋지 않은 것들을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는 그래도 그런 것들에게서 멀어졌습니다. 때로는 술의 힘을 빌려 눅눅한 글을 쓰기도 했고 어떨 땐 그것도 모자라서 한밤중에 밖으로 뛰쳐나가기도 했습니다. 신선한 바람을 쐬는 것만큼 정신이 차려지는 일도 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텼습니다. 캘린더가 백지인 게 무서워서 다이어리 쓰는 걸 미루기도 했었지만 그나마 숨 쉴 틈을 만들어 주는 게 일기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나 혼자만의 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갔지만 1분이 1 시간 같을 때도, 일주일이 하루 같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나름대로 가득 채워야 했었습니다. 하기 싫었다고 하더라도 시간표가 정해져 있던 지난날들과 다르게 일어나는 시간부터 스스로 결정해야 하루가 시작되는 삶은 정말 큰 짐처럼 다가왔습니다. 지금 놀아도 돌아갈 곳이 있었던,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도 언젠간, 머지않은 미래에 돌아갈 곳이 이었던 때와 다르게 1년이라는 긴 시간을 온전히 제가 다듬고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때, 루틴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지겨워서 도망치고 싶었던 게 불과 몇 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아직 덜 자란 내게 남이 정해준 루틴이라는 게 중요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새벽에 잠들 체력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지쳐서 일찍 잠들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워서 일어나지 않는 건 할 일이 있으면서 도망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었습니다. 할 일이 없을 내일이 두려워서 잠들지 못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닌데 좋은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정말 기쁘게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미국에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좋은 일도 한 번에 일어나면 부담이 될 수 있구나 깨닫게 됐습니다. 술을 좀 많이 마시 상태였는데 잠이 다 깨서 어지러운 머리로 열심히 궁리를 했습니다. 둘 모두 유지하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요.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우선이 되니 뭔갈 고르는 데에 사족이 많았습니다. 물론 사장님과 미국행을 제안해 주신 분께도 고민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분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 같아 오래 고민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니 뭐든 얼른 결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날은 거의 밤을 새웠습니다. 그리고 여러 사정을 따져 미국에 오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 말을 하려고 너무 많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지금 미국 뉴욕에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자그마치 16시간을 날아 도착한 이곳은 뉴질랜드와도 참 다르고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오클랜드로부터 18시간의 시차를 가진 이곳에서 3개월간 제 몸과 마음, 그리고 제게 제안을 주신 분의 몸과 마음을 함께 다듬어가려고 합니다.
사람을 돌본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왔습니다. 실제로 해보니 몸은 힘들지 않은데 마음이 자꾸만 어두워집니다. 원래도 집에 있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집에만 있으라고 판을 깔아주니, 집 밖이 두려워집니다. 지하철 타는 것도, 식료품점에 다녀오는 일도 제게 필요한 일이었다면 분명 미루고 미루다가 일주일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남이 날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하니 발은 움직이는데 실제로는 이불에 안겨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핑계로 글 쓰는 일을 좀 미뤘습니다. 일주일은 쉬자는 마음으로 지난 한 주 동안 글이라곤 일기밖에 쓰지 않고 자고 먹고 쉬는 일에 집중했었습니다. 시간도 계절도 정반대인 곳에서 와서 적응하는 건 어려우면서도 쉬웠습니다. 시차를 맞추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된 것이 잘 된 것인지, 조금 안타까운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았다고 생각하면 위로가 됩니다.
글 쓰는 일은 미루기가 참 쉽습니다.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랩탑에 한 자 적는 것도 품이라면 품이 꽤 듭니다. 그런 핑계로 하루 이틀 이루다 보니 생각이 쌓이더군요. 생각이 많은 사람이 내뱉기를 멈추면 그것들이 독이 되어 스스로를 망칩니다. 잠식되어 버린다는 게 가장 걸맞은 표현 같습니다. 글자로 밥 벌어먹길 기도하지만 그러질 않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건 다시는 그만둘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삼키지 않을 것들을 꾸준히 먹다가 뱉어내길 포기한 후엔 제가 얼마나 망가질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정말 좋습니다. 반짝거리는 커서를 보는 것과 깨끗한 줄노트를 앞에 두고 생각을 써 내려가는 게 참 즐겁습니다. 저는 제 기준으로 목요일에 글을 올리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으실 여러분들께선 한국에, 저는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고 있어서 주기가 달라지기 쉽습니다. 그래도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월요일도 잘 보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곳의 시간으로 금요일, 뉴욕의 목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