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자 날 좀먹는 괴물
하고 싶은 얘기가 유난히 많은 밤입니다.
저는 참 열등감을 많이 가지고 태어난 사람입니다. 사실 가지고 태어났다기 보단, 여기저기서 훔쳐 온 열등감이 많은 것이겠지요. 왜,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잘 들여다보면 자기의 단점을 찾을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딱 그렇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열등감도 많고 욕심도 많고 양보하는 건 죽어도 싫은 사람입니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습니다. 저희 집은 여행도 작은 소비도 망설이지 않는 집이지만 국가 장학금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고 아이가 하나인데도 늘 돈 걱정이 앞서는 집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좀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제 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칫 부모님을 탓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 됩니다. 예, 가끔은 탓하기도 합니다. 제가 완전히 저 스스로 집안 사정을 걱정하게 된 것도 아니고, 돈 문제로 크고 작은 말다툼이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끔은 유년시절의 부모님이 밉습니다. 저만큼 구두쇠인 사람을 잘 못 봤던 것 같습니다. 저한테 쓰는 돈도, 남한테 쓰는 돈도 유난스럽게 아낍니다. 그래서 잘, 현명하게 소비하는 사람을 보면 열등감을 느낍니다.
뉴질랜드에 온 이후로 기립성 저혈압 내지는 가벼운 영양부족 상태가 끊이지 않습니다. 염분이 부족해서 그런가 했는데, 소금을 열심히 뿌려 먹는 요즘에도 어지럽고 정신이 멍한 때가 있습니다. 제 입으로 들어가는 건데도 아까워서 저번달 식비가 23만 원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당연히 외식은 거의 안 했고요. 이러는 저를 보고 주변 분들이 타이르기도 하고 화내기도 했는데,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땐 요즘 애들답지 않게 아낀다는 얘길 칭찬으로 듣고 자랐는데, 지금은 필요한 곳에서도 아끼며 사는 저를 보면 제가 왜 이러나 이해가 안 됩니다. 조금 여유로워 보이면 부럽고, 제 자신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한마디로 하자면 자기 연민이 심합니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은 늘 하는데 어렵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잘하는 사람을 봐도 동경이나 존경 따위의 긍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잔뜩 검은 게 묻어서 본질을 찾을 수도 없는 질투만 느껴집니다. 같은 노력을 하려고 시도조차 않으면서 무작정 더러운 마음만 키워갑니다. 잘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면 제게도 정말 좋을 걸 아는데, 마음처럼 잘 안 됩니다. 어렵습니다. 휴학을 하게 된 계기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친구들을 상대로 이렇게나 음침한 마음을 기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즐겁게 공부하고 탐구하려고 들어온 대학에서 이따위의 마음만 기르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주는 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더 많이 사랑하는 관계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경우에 제가 먼저 고백했었고 그들은 답을 줬습니다. 대부분 성공했고 한 번 정도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망친 고백 따위가 마음은 편했습니다. 더 이상 좋아할 이유가 없으니 접는 것도 빨랐습니다. 다만 제가 더 사랑했던 관계에서 같은 크기의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보다 제 친구와 더 친밀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저를 깨닫곤 곧바로 마음을 접었습니다. 연락이 안 되는 사람을 보며 마음이 식는 데에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하루가 되지 않았습니다. 제게 더 큰 사랑을 요구하는 사람을 보며 질려버린 것엔 분 단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좋게 말하면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나쁘게 말하면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돈 욕심이 많은 사람, 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입니다. 정말 놀랍게도 제 모습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 밖에도 아픈 것을 밖으로 보이는 사람, 자기 얘기하길 좋아하는 사람, 한 가지 일에 매몰되는 사람이 있는데, 모두 저였고, 이젠 제가 아니게 된 것들입니다. 아픈 것을 숨기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고, 제 글을 봐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더는 말로 꺼내어 괜히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게 되었고, 여러 가지 일을 해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다만 열등감에서 비롯된 저 두 가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랑도 돈도 너무 좋아해서 탈입니다. 부족하게 태어난 것을 평생토록 좇으며 사는 일이 과연 제게 도움이나 될까 모르겠습니다. 기억하는 내내 절약이 습관이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보면 중독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의로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 어떤 것인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고민이 많은 밤입니다. 요즘 잠에 쉽게 들지 못해서 약을 먹습니다. 이제 물을 한 잔 뜨러 가야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