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가까워지면 나약해진다던데,
죽음에 가까워진 인간은 한없이 나약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을 만나고 왔다. 길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며 죽음을 직접적으로 맞이한 건 두 번째였는데, 첫 번째는 꽃다운 소녀였고 두 번째는 한없이 삶을 즐긴 여성이었다.
소녀는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다. 얼굴도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한 사이었지만 그녀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녀였다. 그녀의 기구한 인생은 기사 한 줄 나지 않았지만, 그녀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정말 많았다. 생에 단 한순간도 쉽게 풀리지 않아서 늘 힘들어했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것 같다. 내겐 늘 다정한 언니였고 따스하게 맞아주는 어른이었는데 정말 갑작스레 떠났다. 아무래도 본인한테는 갑자기가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내겐. 어렸던 내겐 그렇게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다정도 체력이라던데, 그녀는 정말 체력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지치지 않았고 늘 항상과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죽음과 가까워진 사람은 약해진다던데 적어도 내 눈엔 그렇지 않았다.
젊은 시절 등산을 취미로 삼고 암벽등반을 했던 그는 점점 나이를 먹었고 허리가 굽기도 전에 그의 몸은 그의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늘 죽음과 가까이, 언제 잠이 영원해질지 모르는 삶은 그에게 참으로 고단해 보였다. 약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 알았다. 점점 잠에 드는 시간이 늘었다. 작은 집 안에서 서로에게 의지해 잠을 잤다. 그 집에 있는 한 달은 나와 그가 희망으로 새로운 책을 썼고 다음 한 달은 눈을 뜨고 있는 시간보다 감고 있는 시간이 길었다. 하루 종일 자고, 잠에 취해 자고, 지쳐서 잠들었다. 체력은 날로 약해지고 다른 건 전부 뒷전이었다. 그는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단 걸 여러 사람들의 말로 전해 들었다. 그의 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전해지던 약은 한 달에 세 번에서 두 번이 되었다가 영영 듣지 않게 되었고 입으로 들어가는 약은 그의 몸이 빨리 지치게 했다. 그런데도 기다렸다. 쉬어도 된다는 얘기에 좀 더 해보자고 대답했다. 이제 그만하자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죽음 앞에 누군 초연해지고 누군 연약해진다는데, 왜 내 곁의 이들은 늘 그렇듯이 마지막까지 당신의 웃음을 보였는지, 눈물이 많은 나는 그 앞에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다 참아내고서 마지막으로 떠나는 길, 인사하며 울었다. 이제까지 참아낸 게 무색하게 조용히 코 끝을 붉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