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고양이 사이에 낀 강아지
처음 산부인과를 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건 조금은 어색한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저에게도 산부인과는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나 혼자만 느끼는 어색한 분위기는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자연에 한없이 가까운 모습을 한 수많은 여자들을 볼 기회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화장기 없는 맨 얼굴, 배 나온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옷차림 등 남자가 적응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굳이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자면, 속옷 가게에 들어가 여자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릴 때와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진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의사라고는 하지만 남자가 아내의 진료를 본다는 사실은 불편한 경험이었습니다. 거기다 그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죠.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생각들은 사라지고 아무렇지 않게 진료를 받았지만, 처음 진료를 받던 그 때의 당혹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내 역시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했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괜찮아졌다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보통 토요일 오전에 진료를 받았는데, 간혹 절묘한(?) 타이밍으로 인해 산부인과 전체에 남자가 나 혼자인 적도 있었습니다. 누구도 그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괜히 저 혼자 민망하고 어색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급하지도 않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전화 받는 척 하면서 밖으로 잠시 나가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아내에게 당시의 상황에 대해 들어보니, 오히려 남편과 함께 왔다는 사실이 부각되어 기분이 좋았다고 하네요. 다행히 아내는 당시 내가 가졌던 불편한 마음과 어색한 행동을 눈치 채지 못했고, 그 덕분에 저는 지금도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지냅니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남편들은 대부분 손에 스마트폰을 쥔 채 게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들은 그런 남편 옆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아니면 본인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죠.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들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스마트폰 대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이죠.
저는 아내와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딴 짓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기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대화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 덕분에 산부인과에서 느낄 수 있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산부인과에서의 대기시간은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