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아빠(개)와 엄마(고)양이의 육아(생)활

<4> 개와 고양이의 대화법(1)

by 하투빠



3년의 신혼생활을 마치고, 2세를 갖기로 결심한 지 4개월 만에 드디어 작은 생명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2세 계획를 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내심 걱정했었습니다. 빠르게 아이를 갖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2세를 준비할 당시 아내가 생리를 시작할 때면 “이번에도 아니네.”라는 말을 하며 속상해하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의 저는 별로 실망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아내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아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속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내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주고, 부정적인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자주 대화하려고 노력했죠. 그 부분은 지금도 아내가 저에게 고마워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앞에서 말했듯 우리 부부가 첫 아이를 갖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 기간은 4개월이지만, 2세를 준비하기까지 우리 부부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 부부는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부부의 MBTI는 완전 반대입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양극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내용이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죠. 성향이 정반대이다 보니 싸울만한 이유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부부는 단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 싸운 적이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저는 그 이유를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대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주변을 둘러보면 대화를 자주 하지 않거나 대화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속마음을 표현하거나 껄끄러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기 십상이죠. 사실 솔직하게 대화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대화를 나누기 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꽤 어려운 작업입니다. 효과적인 대화를 위한 강의나 도서들이 등장하는 것 역시 그러한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시 필요하다면 효과적인 대화를 위한 강의를 듣거나 그와 관련된 서적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고 들은 내용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행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 합니다. 아내와 제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로 인해 갈등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던 건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 공통분모는 각자의 삶을 움직이는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가치관이었죠.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 부부의 공통분모는 기독교라는 종교입니다. 아내와 저는 학창시절부터 교회에서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연애를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이었고, 그 때부터 내 나이를 기준으로 30대 초반까지 연애를 했으니 참 오랫동안 만났죠.


연애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다시 공통분모 이야기로 넘어와서, 우리 부부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을 때마다 종교적인 부분들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부부는 교회에서 말하는 Q.T.(경건의 시간)라는 것을 연애 기간 내내 함께 했었죠.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그에 대한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때만큼은 우리의 마음이 경건하거나 혹은 그와 유사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주제라도, Q.T.를 하는 동안 꺼내놓으면 조금 더 차분한 상태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론 반드시 종교적인 공통분모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부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분모’를 찾고, 그것을 활용하여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공통분모가 각자의 인생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일수록 부부의 대화가 평화롭게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다도’가 공통관심사인 부부가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차를 마시는 그 시간에 차분하게 대화를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부부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부부는 '피규어&애니메이션'이 공통분모라고 하는데,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갈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당장 눈앞에 있는 배우자의 감정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부부가 함께 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나 상황에 빚대어 설명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는 사실이죠.

사실 부부의 공통분모를 이미 알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지 못한 부부들도 현실에서는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전혀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부부가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 우리 부부는 연애 초반에 공통분모를 찾았고, 꽤나 길었던 연애기간을 지나 결혼생활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대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대화의 습관 덕분에 지금도 여전히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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