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엄마(고)양이 소개
아내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관계로, 제가 말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주 간단하게 아내를 소개하려고 해요. 먼저 아내는 신실한 크리스천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덕분인지 어려서부터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죠. 누가 봐도 똑 부러지는 성격을 지닌 아내는, 본인이 맡은 일은 정확하게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효율주의자(?)라는 겁니다. 거기에 피아노 전공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뛰어난 피아노 반주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내는 모든 일을 본인이 세운 계획에 따라 진행하고, 대부분 그 계획에 따라 원하는 결과를 이루어냅니다. 무엇보다 아내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하고 성실한 성품입니다. 게으른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실함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성향 덕분에 작은 노력으로도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아내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만 보면 얼핏 아내를 자랑하는 것 같지만(물론 어느 정도 자랑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닷!), 사실은 아내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곤란한 경우도 꽤 많습니다. 왜냐하면 아내의 이러한 성향들은 제가 가진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서로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기하다고 느끼는 상황들이 종종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편입니다. 다시 말해 계획을 세워 일을 하기보단 마음 가는대로 일을 하는 편이라는 뜻이죠. 그리고 효율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합니다. 흔히 고양이와 개는 상극이라 많이 싸운다고 하는데, 성향적인 부분만 본다면 우리 부부는 개와 고양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참 많이 싸워야 할 운명이지만, 우리 부부는 연애와 결혼을 지나는 동안 싸운 적이 거의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평소 제가 즐겨보는 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개가 아기 고양이에게 젖을 먹이면서 키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전문가가 말하길 ‘종’이 달라도 서로 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남자와 여자는 지구 상의 어떤 생물보다도 ‘종’이 다른 존재일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남자와 여자의 생각이나 행동 방식이 그렇게나 다른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혀 다른 존재인 남자와 여자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서로 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면 어떤 ‘종’보다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