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빠(개) 소개하기
저를 소개하려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야할 것 같아요. 20대 시절, 저는 흔히 말하는 비혼주의자였습니다. 죽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여자들을 만나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고,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죠.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저는 훈훈한 외모 덕분에 또래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F4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얼굴에 여드름도 나고, 삐쩍 마른 체형 등 외모가 못나게 변해버렸습니다. 거기다 외모적으로 콤플렉스가 생기니 성격도 삐뚤어지더라구요. 그래서 학창시절 동안 제대로 된 연애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남자)여서 누군가 조금만 호의를 보이면 그것이 관심인 줄 알고 그 사람을 좋아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고백하고 차이길 많이 반복했죠.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의 저는 무엇 하나 매력적인 부분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잘생기고 인기 많았던 초등학생 시절을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고등학생 시절’이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20살이 되면서 조금씩 외모가 원래대로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성격도 조금씩 괜찮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꽤 괜찮은 남자가 되었습니다. 성격도, 외모도 말이죠. 힘들었던 시절(?)을 지나고 성인된 저의 주변에도 조금씩 여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바로 그 순간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세상에 있는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연애를 해보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결심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반드시 가야하는 군대를 가게 되면서 여자들과의 만남은 끊어졌고, 군 제대 후에는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지금의 아내를 만습니다. 이후 8년의 연애 끝에 무사히 결혼까지 하게 되었죠.
비혼주의자였던 저는 왜 결혼을 했을까요? 그건 아내가 저에게 새로운 삶을 가져다준 은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유연애를 추구하며 비혼주의를 외치던 과거의 저는, 스스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제 때 밥을 먹지 않았고, 매일매일을 술과 쾌락을 좇아 다녔죠. 그때 그대로 저를 내버려 두었다면, 아마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쓸쓸하게 인생을 마감했을 지도 모를 일이죠. 결과적으로 아내는 사람 구실 못하던 한 남자를 깊고 어두운 수렁에서 끄집어 올려주었고, 그래서 저는 생명의 은인인 아내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