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와 고양이
"INFP ↔ ESTJ"
이건 우리 부부의 MBTI예요. 보시다시피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네요. 한마디로 완전 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말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나는 '내향적인 강아지'이고, 아내는 '외향적인 고양이'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의 다름은 대화할 때 가장 잘 드러납니다. 대화를 하면 90% 이상을 아내가 말하고, 저는 10%의 비언어적 표현(=리액션)을 하죠. 그리고 아내는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계획형인데 반해, 저는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적인 성향의 인간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달라서 소름이 돋을 정도인데, 신기하게도 우리 부부는 연애와 결혼의 과정을 통틀어 다툰 적이 거의 없어습니다.
정반대인 우리 부부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열쇠는 바로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대화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감사하게도 두 사람 모두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라는 올바른 대화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부부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태도와 회피적 성향 때문에 갈등 상황이 찾아오면 도망치기 일쑤였고, 아내는 말하는 것을 지나칠 정도로 즐기는 성향 때문에 가끔씩 예기치 못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리 부부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었던 건 연애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종교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했습니다. 무엇보다 삶의 기준이 동일했고, 그 기준이 명확했습니다 . 원만한 부부 생활을 하기 위해 여러분에게도 내가 믿는 신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개인적인 바람과는 별개로 어떤 형태로든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아기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3년 동안은 온전히 우리 부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사실 처음부터 우리 부부는 결혼 후 3년 동안은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대학원 박사 과정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완성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부부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2세에 대해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잘 키울 자신이 없었어요. 나는 아이를 싫어하는데, 그런 내가 부모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과연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할 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