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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흘살기 전문가 Apr 03. 2024

 1. 코로나 이후 첫 여행,  아이와 싱가포르

Singapore_동남아 여행의 허브



발리 여행 다음 해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어 옴짝달싹 할 수 없이 2년 반이 흘렀다. 그 기간에도 아이들은 자랐다. 여행 좋아하는 사람에게 코로나는 창살 없는 감옥이자 고문이었다. 학교도 문을 닫고 학원도 쉬고 나 또한 영어유치원에 담임교사로 근무하다가 전체 인원이 절반이상 감소되어 몇 달간 문 닫는 김에 쉬어가기로 했다.    


그 사이 나는 사춘기와 갱년기를 한 번에 맞으면 이런 감정이려나 싶을 정도로 격동의 마흔 앓이를 겪었다. 아이 둘 키우며 30대를 바쁘게 보내고 어느 날 눈뜨니 나이의 앞자리가 4로 바뀌어 있는데 인생에서 10년을 도둑맞은 느낌이 들었다. '불혹'이라는 엄중한 중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불혹'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는데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는 이 나이대만 되어도 거의 노인 취급을 받았다, 공자가 논어 위정 편에서 나이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다고 말한 데서 40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중년의 시작이다'.

이런 글들을 읽으면서 나이가 주는 무게감을 처음 느껴봤다. 


운전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마스크 쓰고 장을 본 후 커피를 주문해서 집에 가려고 카드를 내미는데  눈물이 흘러 카드를 건네받은 사장님도 당황하고 나도 당황스러운 상황도 있었다.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운이 좋았을까? 마흔 먹도록 '슬픔'과 '우울'이란 감정을 살면서 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세상은 너무너무 재미있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거기서 에너지를 얻고 내가 하고자 하면 어떻게든 도전하고 계속 두드려보고 안되면 깨끗이 포기하고 미련도 별로 없는 성격인데 나의 의지가 아닌 세상의 갑작스러운 '코로나 소용돌이'로 일도 그만두고 아이 둘을 하루 세끼씩 해먹이며 집에 콕 박혀서 언제 끝날지 모를 보이지 않는 전염병과 싸우는 상황이 집순이가 아닌 밖순이인 나에게 커다란 소용돌이로 다가왔다.

거기다 준비안된 마흔맞이까지 겹치다니.




발리에서 독박육아 스트레스 다 풀고 개운하게 왔는데 다시 코로나와 마흔 앓이 스트레스가 이중으로 푹푹 쌓였다. 남편이 안 되겠는지 저녁마다 야외 골프연습장에 데려가 레슨을 해줬는데 남편이 가르쳐줘서 그런지  재미가 없었다. 그냥 하루에 딱 1시간 애들도 스트레스받겠다 싶어 '빨간 머리 앤' ott 틀어주고 밤공기 쐬러 가는 맛에 억지로 따라간 것을 남편은 아직도 모를 것이다.   



그렇게 마침내! 팬데믹의 끝이 보여서 떠난 싱가포르가 얼마나 좋았을까? 아이들이 2년 반동안 얼마나 적응이 되었는지 사람들 많은 몰에 가니 놀라고 실내에서 밥 먹어야 하는데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 해서 처음엔 애를 먹었지만 말이다.  


금융과 무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와 국적이 잘 어우러진 세련된 나라 싱가포르.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그저 좋았다. 코로나 이후 첫 여행, 어딘들 안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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