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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흘살기 전문가 Apr 22. 2024

4. 마리나베이에서의 잊지못할 밤

Singapore_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아경의 하이라이트

싱가포르의 이름은 메인 사진에 걸린 사자상과 유래가 깊다. 오래전 이 섬의 해안에서 수마트라의 왕자인 상 닐라 우타마가 사자 한 마리를 보고 사자 도시를 발견한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사자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어 수마트라 왕자가 본 것은 호랑이나 고양이 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많다. 아무렴 어떠한가. 현재 멀라이언은 싱가포르 축구팀인 '더 라이언즈'외에도 수많은 휘장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싱가포르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멀라이언과 그 맞은 편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이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한국의 건설사가 시공했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니 난데없이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뿌듯해한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모쉐 사프디가 트럼프 카드의 모양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건축물인데 건물 세 동의 꼭대기에 배 모양의 수영장을 얹은 건축기술에 입이 떡 벌어진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당시 전 세계의 14개 유명 건설사가 도전을 원했지만 스케일이 워낙 크고 시공 난이도가 높아서 시공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한국의 쌍용건설에서 트렌스퍼 트러스 구조, 포스트 텐션, 해비리프팅 등 교량시공에 쓰이는 특수 공법을 이용해 공사 기간까지 27개월로 단축하며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을 완공한다. 한국인이라면 어깨에 힘이 조금 들어가는 이야기 아닌가?


싱가포르에 온 여행객들은 모두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에 한번 묵어보고 싶어 한다. 이유는 초고층에 있는 수영장에서 마리나베이를 내려다보는 뷰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의 숙박객만 가능하기에 우리가 갔던 크리스마스 즈음은 더더욱 비싼 가격이라도 금방 솔드아웃이 된다.   


싱가포르의 야경은 어디든 아름답지만 이 멀라이언상에서 마리나베이샌즈를 바라보는 뷰를 가장 최고로 친다. 지난번 갔던 꽃모양의 아트 사이언스 뮤지엄도 왼편에 살포시 자리하고 있다. 멀라이언 상이 있는 원 플러튼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지는데 '뷰 맛집'으로 소문이 나 어디든 예약이 힘들고 워크인도 일찍 자리하지 않으면 매우 긴 줄을 기다려야 한다. '칠리 크랩' 음식점은 곳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는 팜 비치 시푸드(Palm beach Sea food)가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 있어 가장 유명하고 유명세만큼 가격도 높다.



찰리크랩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호커센터인데 그곳에선 팜비치 시푸드의 절반가격에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아이가 둘 있고 호커센터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마리나베이 야경을 보러 이동하기엔 이동시간과 이동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왕이면 한 곳에서 뷰와 맛을 해결하기 위해 팜비치 시푸드에 한 달 전 예약을 해놓았다.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직접 앞치마를 매어주고 매실이 담긴 물을 내어오는데 절대 마셔서는 안 된다. 크랩 먹고 손 닦을 물이다. 주문을 하기 전 아이들이 직접 먹을 크랩을 골랐다. 크기도 제일 큰걸 골랐다. 예약을 했음에도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조금 늦게 입장을 해서 너무 배가 고팠던 지라 칠리 크랩과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크랩에 같이 먹을 빵(bun)이 서비스로 나오니 양을 보며 시켜도 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머드크랩이 매콤 달콤한 칠리소스에 깊숙이 버무려져 불맛이 들어간 볶음밥과 기름에 튀긴 번(bun, 빵)까지 잘 어울렸다. 크랩 집게 다리가 아이 손바닥만 할 정도로 매우 커서 게살을 먼저 먹고 볶음밥은 양념과 남은 게살에 비벼서 한 끼 배부르게 잘 먹었다. "엄마, 정말정말 맛있어! 이런 맛은 처음이야!"

엄마도 이렇게 비싼 밥은 처음이야. 이렇게 이십만원 중반대가 나왔다. 크랩크기가 컸고 자릿값도 포함인듯 하다. 호커센터는 십만원대면 먹을 수 있으나 게의 크기가 절반 정도이다. 


현지인들은 블랙페퍼크랩도 추천하는데 후추향과 찐한 간장소스가 어우러진 알싸한 후추향이 일품인 크랩이다. 다음에 싱가포르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호커센터에 방문해 블랙페퍼크랩과 새우를 튀기고 시리얼 가루를 듬뿍 뿌린 바삭한 식감의 시리얼새우도 꼭 먹어보고 싶다. 싱가포르는 고급식당에서 말하지 않으면 물티슈 가격을 받기 때문에(개당 한국돈 500원 정도) 물티슈가 있다면 꼭 주문 전 미리 빼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배도 부르고 야경도 봤는데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긴 뭔가 아쉽다. 싱가포르의 유명한 칵테일인 '싱가포르슬링'을 술집도 아닌 멀라이언 상 바로 앞 노천카페에서 주문했다. 여긴 노천계의 백화점 같았다. 어린이부터 실버세대까지 다 잡고 싶었는지 아이스크림부터 커피, 칵테일까지 다 판다. 싱가포르는 정해진 장소 이외에 술을 마시면 벌금이라 멀라이언상 앞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음주를 할 수 없다. 모두 건전하게 대화만 하므로 거리도 깨끗하다. 이런 법은 한국에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나도 사진만 찍고 오겠다고 주인에게 허락받고 자리로 돌아와서 마셨다.


원래 싱가포르 슬링은 래플스 호텔의 롱바(long bar)가 원조인데 래플스 호텔에서 일하던 바텐더 니암 통분에 의해 싱가포르의 석양을 표현해 만든 칵테일로 진이 들어간 새콤달콤한 맛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롱바는 술을 시키면 땅콩을 서비스로 주는데 땅콩 껍질을 먹고 바닥에 던져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함부로 껌도 씹을 수 없을 정도로 법이 엄격해서 그런 문화가 생겼나 싶다.


엄마가 칵테일 한 잔 하는 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할까? 여행을 준비하며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로세로칸에 모두 들어가야 하는 스도쿠책을 두권 샀는데 아이들은 여행 중 줄을 기다려야 할 때, 식사를 기다릴 때 등 짬짬이 스토쿠를 하다가 한 권을 꽉 채우고 스토쿠의 달인이 되었다. 


혼자 애둘 데리고 여행와서 술을 마셔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말부부 8년하며 밤에 밖에 나와본적도 드문데 애 둘을 낳고 키우고 긴 육아의 터널을 지나 큰 아이가 12살이 되니 이런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더욱 잊지못할 싱가포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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