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크리스마스이브에 도착을 했다. 날이 날이인지라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마리나베이 샌즈 쇼핑몰 지하 푸트코트에서는 무려 30분을 기다려도 자리가 나오질 않아 배도 고프고 앉고 싶어 아이들도 나도 지쳐버렸다. 어딜 가도 줄이 길어 맛집은커녕 줄 없는 곳이 일 순위가 되어버렸다. 어디 한적한 야외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애들은 놀이터 등에서 신나게 놀리고 밥도 여유 있게 먹고 싶어졌다.
복작복작한 빌딩 숲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바닷가까지 차로 10분이라니!
복작복작한 도심을 떠나 한적한 바다 옆을 거닐고 싶어 잠시 도시의 빌딩숲에서 바다로 차를 타고 10분 만에 동쪽에 있는 이스트코스트 파크에 도착한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약간 넓은 면적 정도의 도시국가에 인구는 600만이 조금 안 된 곳이라 손쉽게 이동을 하며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기에 이동 시간만 따지면 최적의 가성비 국가가 아닌 듯싶다. 물론 높은 환율은 제외이다.
이스트파크 공원은 바다를 매립해 만든 싱가포르 국민들의 쉼터이다. 관광객들 중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소수의 관광객을 제외하곤 주로 현지 주민들이 피크닉을 위해 찾는다. 주말 한강에 나가면 캠핑카트나 핸드카트에 돗자리, 음식, 테이블 등을 담아 한강에서 치맥 하려는 가족, 친구 단위가 많은데 싱가포르에서는 이스트 파크공원이 주말 한강에 나가 보는 풍경과 흡사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도 대가족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바비큐 음식을 나누며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곳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자전거로 한 바퀴를 도는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놀이터에서 아이들 놀리다가 돗자리 하나 깔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가지 좋은 점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카페가 한데 어우러진 푸드코트 같은 호커센터가 많아 줄 서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모처럼 여유롭게 아이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현지 아이들과 어울려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중간중간 호커센터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데 인공바다이고 유조선이 정박해 있는 만큼 수영을 할 만큼 수질이 좋은 편이 아니라 발 담그는 것도 말렸다. 현지인들도 수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빽빽한 빌딩숲 도시 여행을 하다 잠시 공원산책과 레스토랑, 카페등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쉬어가기 딱 좋다. 바비큐를 하는 현지 사람들도 많은 걸 보니 장비만 가져오면 할 수 있는 장소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인라인 타는 사람들도 많고 마음만 먹으면 하루종일도 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땀으로 축축해진 옷도 갈아입고 숙소에서 쉬다가 저녁에는 힘들게 예약을 한 팜비치 시푸드를 가야 하기에 아쉽지만 숙소로 돌아간다.
아이와 여행을 할 때면 한큐에 일정을 소화하기보다 아이들이 최대 걸을 수 있는 시간과 속도를 조절해야 여행의 질이 높아지므로 중간중간 쉬어줘야 한다. 그렇게 해도 싱가포르에서 여행을 하면 하루 3만 보는 필수다. 한국이었으면 다리 아프다 졸리다 투정을 부릴 법도 한데 여행지에서는 투정이 줄어드는 걸 보면 여행 DNA가 있는 것도 같다. 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무릎이 아프다고 하면서 키가 쑤욱 크는 느낌을 받는다. 많이 걸어서 그런 건지 다양한 음식을 맛보느라 평소보다 과식을 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여행에서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쑥쑥 자란다. 여행을 끊을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