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waii_천국보다 좋은 Aloha state
2010년에 결혼해 신혼여행으로 유럽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행 항공편이 모두 결항이 되어 하와이로 가게 되었다. 미국 유학시절 서부에서 동부까지 35개 주를 배낭여행으로 가봤기에 미국은 피하고 싶었으나 하와이는 안 가본걸.
결혼식 전까지 그때 유행하던 자몽과 커피를 먹는 할리우드 다이어트를 하다 신혼여행지에서 타코를 먹고 급체해서 에메랄드 빛 하와이 바다를 눈앞에 두고 모래사장에서 쓰러져 발에 물 한번 못 담그고 일정만 소화하고 와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하. 와. 이.
하와이에서 "우리 꼭 아이 둘 낳고 10년 후에 10주년 기념으로 넷이 되어 하와이 다시 오자~" 약속을 했더랬다. 결혼 10주년은 코로나 기간과 겹쳐버렸고 코로나가 지나간 직후인 2023년에 남편은 회사 일로 바빠서 나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가게 된 나에겐 두 번째 하와이여행.
아이와 하와이 여행이라 챙길 것이 많지만, 그보다 앞서 비자, 렌트, 숙소 등 굵직한 걸 예약해야 했다. 미국령인 괌도 무비자이니 하와이도 무비자로 생각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하와이를 가려면 첫 번째로 ESTA비자를 꼭 발급받아야 한다. ESTA는 미국의 비자 면제국에 해당하는 국가의 국민이 비즈니스나 관광 목적으로 90일 이내의 짧은 기간 동안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 사용하는 '비자 면제 허가서'이다.
실제 주변인 중에서 하와이 항공권과 숙소, 렌트만 예약해 두고 인천공항에 가서야 이스타 비자의 존재를 알고 하와이를 가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EST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여권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간단하게 발급 가능한데 1인당 21불의 비용이 든다.
두 번째는 렌트와 숙박예약이다. 하와이 본토인 오아후만 갈 경우도 그렇지만 빅 아일랜드나 다른 섬으로 이동이 계획되어 있다면 꼭 렌트와 숙박을 일찍부터 예약해야 한다. 나의 경우 본섬에서 빅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를 짐 붙일 시간을 고려해 3시간 텀을 두고 예약을 했고 덕분에 오아후 공항에서 대기 시간이 길지 않게 짐만 다시 주내선 비행기에 싣고 들어가서 렌터카 찾는 것만 신경 썼다.
빅 아일랜드를 여행할 경우 렌트는 꼭 JEEP로 빌릴 것. 가로등이 없는 하와이는 산 길을 운전할 때 상향등을 켠다. 지형 특성상 Jeep가 운전하기 훨씬 편하다. 마우나케아 천문대는 Jeep가 아니면 비지터 센터까지만 갈 수 있고 그 이상은 못 간다.
여행 일정이 일주일 이상이면 호텔보다 취사가 가능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추천한다. 현지에서 장 봐서 먹는 재미가 더해져 여행이 한층 풍부해진다.
하와이도 허니문으로 유명한데 그 주변 섬들인 빅 아일랜드, 카우아이, 오아후, 몰로카이, 라나이, 마우이 등 6 개의 주요 섬도 허니무너와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억눌려있던 여행수요가 폭발해서 관광객은 많고 선호하는 렌터카와 숙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자 발급 신청하면 바로 숙소와 렌터카부터 일찍 선점해 두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여행 준비물을 잘 챙겨야 한다. 개인적으로 오아후만 갈 것이 아닌 기타 섬으로 이동시에는 현지에 가서 준비하는 것은 비추한다. 섬이니만큼 숙소를 메인 지역에 예약하지 않은 이상 물건 하나 사러 여기저기 다니며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필요한 걸 사려고 마켓에 갔는데 없는 경우도 있고 한국보다 품질이 낮은 것도 많았다. 로켓배송으로 하루 만에 배달이 오는 한국의 배달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에서 웬만한 준비물은 철저히 준비해 가야 한다.
스노클링과 서핑 등 한국에서 못 해본 것들 다 해보고 오는 알찬 여행이 되길 원한다면 되도록 하와이에 가서는 바나나보트 선크림과 멋지게 입을 수영복 정도 제외하고 한국에서 다 준비해서 오직 즐기자. 우리는 스노클링을 열흘 내내 했기에 집게가 달린 빨랫줄을 가져가서 매일 수영 후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리고 현지음식을 다양하게 맛보려고 햇반은 두어 개만 챙겨갔는데 너무 후회했다. 코스트코에는 일본산 햇반을 박스단위로 팔고 일반 마트에는 우리나라 햇반처럼 맛있는 쌀로 만든 햇반이 없었다.
느끼한 음식을 주로 먹고 물놀이를 많이 하니 한식이 사이사이에 많이 그리웠다. 자칭 한식파에 여행 기간이 열흘 이상이라면 식품도 여유 있게 챙겨가야 한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새해를 모두 끼고 여행을 가기에 문 닫는 음식점이 많을 걸 예상하고 더 많이 챙겨갔어야 했지만 하와이 코스트코만 믿고 컵라면 6개만 달랑 챙긴 무심함이라니.
아무튼 2010년 허니문으로 남편과 왔던 하와이를 연말에 길게 휴가 못 내는 남편 없이 2023년에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왔다.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이제 즐기자.